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측의 채권 처리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 기자회견에 앞서 피해자들은 간담회를 요청하며 본사 출입문 앞에서 대표 면담을 요구했지만, 홈플러스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비대위 측은 "우리는 입장을 확인하고자 왔지만, 홈플러스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홈플러스는 앞서 유동화된 매입채무를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 주재 하에 열린 절차협의회를 통해, 신용카드사와의 채권 관계를 회생계획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유동화증권 투자자들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25일 기준 상거래채권으로 총 4886억 원이 지급됐으며, 앞으로도 순차적 변제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 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해결이 아니라며 '겉치레'라고 규정했다. 이의환 비대위 상황실장은 "홈플러스의 발표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내용"이라며 "홈플러스는 문서 몇 장 내놓고도 책임 있는 설명 한마디 없이 피해자들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홈플러스가 정말 구제 의지가 있다면, 피해자들 앞에 나와 직접 설명하고, 사재출연 계획에 우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은 홈플러스가 여론을 의식해 발표만 반복하고 실질적인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비대위는 "사재출연 계획에서도 단기채 피해자들은 빠져 있다"며 "홈플러스는 끝까지 외면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기대하고 오전 10시부터 본사 앞에 모인 피해자들은 끝내 홈플러스 측과 만나지 못했다. 김학서 비대위 기획팀장은 "현재 상황은 지난주와 비교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홈플러스는 국민과 피해자를 상대로 뻔한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는 "우리는 홈플러스 이름이 들어간 채권이라 믿었고, 리스크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이 사태를 어떻게 개인의 투자 실패라고 볼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그는 "홈플러스 매장 안에서, 홈플러스 브랜드를 등에 업은 구조로 상품을 팔아놓고, 지금 와선 법적으로 직접적인 채권자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이는 명백한 책임 회피이자 기만이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약속대로 전액 변제하라', 'MBK 김병주 회장은 사재 출연에 피해자를 포함하라'는 피켓과 구호가 이어졌고, 일부 피해자들은 직접 들고 온 투자계약서를 펼쳐 보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피해자는 "이 문서가 다 증거"라며 "계약 당시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누가 봐도 홈플러스가 책임져야 할 구조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당사는 영세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채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전체 상거래채권을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해 나갈 계획"이라며 "유동화 투자자들이 회생계획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