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 희생자 이름 불리자 ‘눈물바다’… 무안공항서 추모식 엄수

2025-01-18

“179명 희생자...우리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지 20일째인 18일 오전 11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족과 국토교통부는 이날 참사 현장과 불과 1㎞ 정도 떨어진 무안공항에서 희생자 179명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이 행사를 마련했다.

추모식에는 유가족 700여명을 비롯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각 부처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김재현 진보당 상임대표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식전 행사로 국가무형유산 진도 씻김굿 보존회 20여 명이 춤과 노래로 망자의 한을 풀어주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시작했다. 씻김굿은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에서 풀어갈 수 있도록 넋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이 평안한 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한다.

묵념에 이어 헌화식에선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무대 중앙 스크린에 띄워졌다. 스크린에서 희생자의 이름이 천천히 올라갈 때마다 유족들은 또한번 흐느끼며 눈물을 쏟아 냈다.

추모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를 읽기 전부터 눈시울을 보였다. 박 대표는 “그들이 세상을 떠난지 20여일이 됐지만 아직도 저희 유가족들의 시간은 사고가 나기 이전에 멈춰 있다”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들은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저희들의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이루려고 했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났을 때 환하게 웃으며 당신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한을 풀고 싶다.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게 돌아가신 그분들에게 이번 참사의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라며 “하나의 거짓도 숨김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에선 참사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최 권한대행은 “정부는 유가족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이 아픔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 나가겠다”며 “또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한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 이 과정에서 모든 조사 진행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가족 여러분에게 소상히 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은 특별법 발의 등을 통해 유족들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 의장은 “국회는 지난주 12·29 여객기 참사 특위를 구성한 데 이어 어제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명예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결의했다”며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은 명백한 범죄다. 2차 가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입법을 추진하겠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구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법제화 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도 성심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권 비대위원장도 “그날 그 시간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 남겨진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참사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서 다시는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이 대표도 “참사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집단적 고통과 원망, 분노를 불러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면밀히 되돌아 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일 등 잘못된 것들을 반드시 원점에서부터 고쳐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아픔과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추모영상 ‘기억의 시간’ 상영과 유가족들의 편지 낭독도 이어졌다. 아빠를 잃은 한 유족은 “미치도록 보고 싶은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다”며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다. 당신과 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겠다”고 울먹거렸다.

아내와 딸을 잃은 한 가장은 “딸이 참사에 휘말리기 전 꿈에 나와 송금을 했다. 딸에게 물어보니 ‘외로움 값’이라고 하더라”라며 “이제 외로움 값이 뭔지 알게 됐다. 지금은 세상의 어떤 말이나 글이 위로가 될 수 없듯, 외로움 값은 아내와 딸을 사랑해주고 남겨주신 분들과 함께 봉사하며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추모식은 ‘내 영혼 바람되어’ 추모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추모식에 이어 참가자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로 이동,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무안=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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