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권이 바뀌어도 고(高)관세 부과 정책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최전선에서 이끈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 협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고 해서 통상 질서가 과거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여 본부장은 “통상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제 시작된 것”이라며 “미국은 앞으로도 관세든 비관세든 생각하지도 못한 카드로 압박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상시 통상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이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여 본부장은 협상 소회를 묻는 질문에 “협상 막전막후와 같은 스토리보다 앞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어떤 프로젝트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이번 협상의 최종 성과가 좌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협상을 문서화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자축하며 방심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MOU에서 정한 것은 일종의 틀에 불과하다”며 “그 내용이 한국과 한국 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앞으로의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은 벌써 투자 프로젝트를 두고 뛰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놓았다. 그는 “일본은 이미 협상 이행 단계에 더 초점을 두고 선제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먼저 미국에 사업을 제안하기도 하고 일본 기업도 미국 기업과 합작해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기업에 더 유리한 사업을 따내려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여 본부장은 “투자 프로젝트를 두고 이론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리가 선제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잘 골라내 투자 목록에 올리면 ‘원금 보장’을 의미하는 상업적 합리성은 당연히 달성된다는 의미다. 그는 “좋은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이미 네트워크를 가동한 상태”며 “한국은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이 같은 부서에 있어 쉽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산업부 통상정책국장과 주미대사관 상무관을 지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수입 쿼터 협상을 총괄한 경험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협상은 유달리 어려웠다. 트럼프 1기와 트럼프 2기는 완전히 다른 행정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게 여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1기 행정부 당시에는 FTA라는 프레임 내에서 협상이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기존의 통상 규범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며 “1기 행정부에서 한미 FTA 폐지를 요구할 때만 해도 최악의 위기라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그리울 지경”이라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국제무역 규범 자체는 인정하면서 이를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판 자체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통상 등 경제가 외교·안보와 더욱 깊숙이 엮이는 현상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뉴노멀’이다. 과거에는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표어가 통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통상도 각국의 실력 행사의 장으로 변모했다는 진단이다. 여 본부장은 “한미 관세 협상만 봐도 관세·비관세 문제를 넘어 투자 펀드, 원자력협정, 외환시장 안정 등 다양한 문제가 함께 엮여 논의되지 않았느냐”며 “다른 나라의 협상을 봐도 영토 문제나 파나마운하 운영 방식이 관건으로 떠오르는 등 협상 자체가 비정형이 됐다”고 설명했다.

뉴노멀 시대를 맞이해 공세적인 신(新)통상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비전 또한 제시했다. 새 통상 전략의 키워드는 근원적 경쟁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라는 게 여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앞으로 통상 전략은 수비가 아니라 공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당장 직접구매가 직접판매(역직구)의 두 배라고 하는데 세계 소비자의 수를 생각하면 역직구가 열 배인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앞으로 각국과의 교역에서 비관세장벽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한국판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새로 작성할 방침이다. 기존에도 비관세장벽을 정리한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단순히 사안을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하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담을 수 있도록 내용을 개편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의 위상을 지켜낸 것 역시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FTA 공동위는 협정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FTA 체결국끼리 만든 공식 협의 채널로 통상교섭본부장이 수석대표를 맡는다. 미국이 FTA나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가운데 한국은 원래 있던 협의 채널을 지켜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들은 미국과 무역협정 자체를 새로 맺으려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이 FTA를 기반으로 한 협의 채널을 통해 후속 조치를 하자는 데 합의했는데 이는 분명히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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