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신설되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는 등 ‘미국 살리기’ 운동에 필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의 상징인 스타 기업인을 영입해 관료주의와 규제를 혁파해 미국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창업하고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해 혁신과 도전의 기업인으로 통한다.
일본도 지난달 자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촉진하고 자금 조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은행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중국과 유럽 국가들 역시 규제 철폐를 통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규제 혁파가 경쟁력’인 시대인데도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다. 기업을 억누르는 시대착오적 규제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는 낡은 규제들을 없애기는커녕 되레 기업을 옥죄는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5개월 동안 발의된 법안 4503건 중 1345건(29.9%)이 규제 법안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잦은 소송을 우려해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의사결정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기업의 연구소들은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묶여 저녁이 되면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국민의힘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인정 방안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규제 혁파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핵심 과제다. 글로벌 정글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 규제들을 과감히 제거해야 할 것이다. 거대 야당은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법안 강행을 멈추고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활력을 북돋는 입법에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