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씨와 모델 문가비씨의 비혼 출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가십성 기사가 넘쳐나고 전통적 가족관에 함몰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와 출산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문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이의 출산 소식을 알리자, 정씨는 자신이 아이의 친부임을 알리면서 아이 출산으로 인한 결혼 계획은 없지만 양육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9세 청년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42.8%에 달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2.5%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2020년 정자 기증으로 자녀를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씨나 정우성·문가비씨와 같이, 유명 연예인의 비혼 출산 공개가 주위 시선 때문에 비혼 출산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반대로, 정씨와 문씨의 비혼 출산을 가십성 흥밋거리로 여겨 과도하게 사생활을 파헤치는 보도와 댓글도 난무하고 있다. 일부 연예 매체와 유튜버들은 비혼 출산과 아무 관련 없는 정씨의 과거 발언과 사회활동을 심판대에 올리고, 심지어 정씨 재산과 그에 따른 양육비 금액, 자녀의 재산 상속 여부까지 계산하고 있다. 이런 보도들은 일부 누리꾼들이 아무 근거 없이 문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리는 데도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전통적 가족 제도 밖에서는 출산과 양육을 하기 힘든 환경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는가.
아직도 남아 있는 사회적 편견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양육 지원 정책 역시 대부분 ‘결혼한 부부’ 중심에 머물러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커플에게도 가족 지위를 인정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보니, 정씨와 문씨 사례처럼 혼인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함께 키우기로 한 사람들은 법적·제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극히 제한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한국의 비혼 출산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1.9%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가족관계를 구성하는 방식과 모습이 다변화함에 따라, 비혼 커플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 역시 서둘러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