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아시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 인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2011년 사업 시작 후 한 번도 흑자를 놓친 적 없을 정도로 안전한 선택을 고집해온 오아시스의 모험적인 베팅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수 경영 고집하던 오아시스, 티몬 인수전 뛰어든 까닭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은 업계 관계자들의 첫 마디는 대부분 “루머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티몬 측에서 흘린 사실무근의 얘기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에 나선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인수 의향을 갖고 있다.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청했고, 오늘 관련한 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공개입찰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메프 매각은 조건부 인수예정자를 정해놓고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추진된다. 공개입찰에서 오아시스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에도 기회가 있고, 그러한 업체가 없으면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자가 된다. 다만 오아시스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다른 업체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오아시스가 그 조건을 맞추면 인수자가 될 수 있다. 다음 주 중 매각 공고가 나오고 공개입찰 과정을 거쳐 다음 달 최종 인수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오아시스와 티메프가 첫 미팅을 가진 것은 지난달이다. 티메프 측은 그간 여러 기업과 접촉하며 인수 논의를 진행해왔고, 그 과정에서 오아시스 측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만남에서는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나, 지난주 두 번째 미팅을 가지면서 구체적인 계약 조건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특히 티메프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3월 7일까지로 임박한 만큼, 티메프 측이 인수기업 확보를 서두르면서 오아시스와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전해진다.
오아시스 측은 티몬 인수 추진 배경으로 회원수 및 인지도 확보를 언급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오아시스의 강점이라면 12년 연속 흑자를 낼 수 있는 운영 노하우를 갖췄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약점이라면 회원수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티몬은 오아시스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반대로 가진 회사라 판단했다”며 “오아시스가 가진 운영 노하우를 적용한다면 티몬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오아시스마켓의 회원 수는 현재 약 200만 명이다. 티몬의 회원 수는 2021년 기준 2800만 명을 넘어섰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실제 고객 한 명을 신규 가입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 티몬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해도 고객 DB는 남아 있기 때문에, 만약 티몬을 싸게 살 수 있다면 (회원을 확보할) 나쁘지 않은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플랫폼 기업은 회원 한 명의 가치를 1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도 본다. 티몬을 인수하면 한 번에 2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오아시스에게는 큰 가치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IPO 추진을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박성의 소장은 “현재 오아시스는 동네 슈퍼 레벨이다. 하지만 티몬을 인수하면 어쨌든 전국구 이커머스가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회사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IPO 추진 등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IPO 추진 준비는 계속해서 하고 있다. 다만 이번 티몬 인수 검토는 IPO 추진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건”이라며 “티몬을 인수하더라도 곧바로 IPO 추진을 시도하는 등의 액션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 상황 어려워, 급여·정산금 등 문제도 산적
우려되는 점은 남아 있다. 적자 기업인 티몬이 시장 경쟁력까지 잃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티몬은 지난해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일으켰고, 현재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이 직원들 급여도 못 주는 상황이다. 근무는 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급여로 청구하려고 출근 기록만 남기는 직원들도 있을 정도로 전혀 회사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직원 급여, 정산금 문제 등 해결할 것이 어마어마한데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티몬 인수 후 미정산금 지급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계약 조건 등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정산금 등은 법원에서 주관하는 만큼 법원 절차에 따르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커머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이커머스 사업이 잘되니 대기업들 투자가 이어지고, 그로 인한 변화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구도가 굳어진 상태다. 규모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두 업체를 뺀 나머지 기업들은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다가 2018년 신선식품 새벽배송 플랫폼인 ‘오아시스마켓’을 출시하며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꼽힌다. 2011년 사업 시작 후 현재까지 매년 흑자기조를 이어왔다.
오아시스가 흑자 경영을 이어갈 수 있던 비결은 ‘보수 경영’이다. 오아시스는 광고마케팅 비용 등을 최소로 하며 신사업 확대에도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외형을 크게 확장하기보다 내실을 강화해 꾸준한 이익을 내는 것에 집중해왔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일단 내실을 다지면 이후에는 조금씩 사업을 확장하고 규모를 키워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나. 오아시스도 마찬가지”라며 “200만 명의 회원만 대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ADEX 2025 성남공항 아닌 일산 킨텍스서 열린다
· [단독] 두산밥캣, 두산기술원 1870억 원에 전격 매각
· '저가폰' 넘어선 화웨이, 샤오미…MWC 나온 중국 스마트폰의 변신
· [단독] 최윤 OK금융 회장 개인회사 '오케이컴퍼니', 사명서 '오케이' 뗐다
· "인력감축 명분 만들기?" 홈플러스 기업회생 돌입에 의구심 커진 까닭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