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자동차, 다음 달 입단협 조기교섭 돌입
벤츠코리아, '직접판매 체제' 도입 결정
"직판 도입시 딜러 역할 축소"… 고용보장 핵심
파업 이어질 가능성 높아… 벤츠 정비 불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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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가 내달 조기 교섭에 돌입한다. 지난해에도 성과급 등을 요구하며 2월부터 조기 교섭에 나선 바 있지만, 올해는 '고용 보장'을 내건다는 점에서 쟁점이 다르다. 벤츠코리아에서 '직접판매제도(직판제)' 도입을 결정한 것이 불씨를 지핀 것으로 해석된다.
벤츠코리아는 직판제가 시행되더라도 오프라인 판매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딜러들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경쟁하던 방식이 사라지면 딜러사의 영업사원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성자동차 노조의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벤츠의 정비망 역시 혼란을 겪게 될 예정이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동조합은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조기교섭과 관련해 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기존 4월 말 경 이뤄졌던 교섭시기를 한달 가량 앞당겨 내달부터 교섭에 돌입한다.
올해 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고용 보장'이다. 한성자동차 노조는 앞서 지난 2년 연속 교섭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을 진행한 바 있지만, 고용 보장을 전면에 내건 적은 없었다. 노조의 고용 불안이 높아진 바탕에는 벤츠코리아의 '직판제' 도입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벤츠코리아는 독일 벤츠 본사와 한국 시장에서 '직접 판매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판매 딜러사와 판매 구조 및 마진율, 시행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벤츠가 시행하려는 직판제는 테슬라, 폴스타, 혼다 등이 진행 중인 '온라인 직접 판매'와는 성격이 다르다. 본사가 직접 차량 재고를 관리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온라인에서만 차량을 판매하는 타사와 달리 벤츠의 경우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 채널을 동시에 유지할 예정이다. 고객의 입장에선 가까운 전시장에서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은 동일하게 유지되는 셈이다.
직판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벤츠코리아가 소유한 차량 재고를 구매해 딜러사의 소유로 소비자들에게 파는 구조가 없어지고, 차량 재고를 벤츠가 직접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직판제 도입의 효과로는 재고를 털기 위해 딜러들이 출혈 경쟁을 펼치던 악습이 없어지고, 소비자들 역시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혜택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반대로 차량 혜택을 자체적으로 조정했던 기존 방식이 사라짐에 따라 딜러사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혜택을 골라 구매할 수 있었던 선택권도 사라지게 된다. 관점에 따라 이득이라고 볼 수도, 손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직판을 하게되더라도 오프라인 판매는 그대로 진행된다. 딜러와 벤츠의 역할을 조정할 뿐"이라며 "지금도 온라인 판매는 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함께 가져가는 구조는 똑같다"고 했다.
이어 "차량은 벤츠가 재고를 갖고있다가, 딜러사가 현장 영업을 해서 판매되는 구조는 그대로 가져간다. 대신 모든 딜러사가 벤츠의 모든 재고를 동일하게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모든 정보가 딜러사에게 균등하게 제공될 것이고, 구매 서비스 관련해선 퀄리티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벤츠코리아 한국 설립 당시부터 이어졌던 딜러사 판매체제가 처음으로 뒤바뀌는 만큼, 적지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한성자동차 노조는 직판제 도입이 딜러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츠 본사가 직접 차량 재고를 관리하고, 전국 전시장에 똑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기존 영업사원 수를 유지할 필요성이 적어진다는 논리다.
벤츠코리아의 직판제 도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성자동차가 최근 진행했던 희망퇴직 역시 영업사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한성자동차는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으며, 희망 퇴직 대상자는 영업 직군과 서비스센터 지점장 등으로 한정됐다.
한성자동차 노조 관계자는 "직판제를 시행해서 당장 희망퇴직을 받은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직판제를 하게되면 영업사원의 수가 줄어들어야 할 것이고, 정비 인력은 그대로 두고 영업직군을 콕 찝어 실시했다"며 "최근 2년 동안 영업직군은 충원을 하지 않았고, 그동안에도 영업직 저실적자들의 지점을 상의없이 섞어버리는 부당전보를 통해 퇴직을 종용했다"고 했다.
노조는 고용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재 한성자동차의 영업 직군은 약 650여명, 서비스센터 직군은 700여명으로 총 1300명이 넘는 규모다.
한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불사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벤츠다. 서비스센터가 멈춰섬에 따라 정비차질을 빚게 되고, 기존 고객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어서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기준 마진이 8.5%, 여기에 목표치를 달성하면 12%까지 마진을 남길 수 있는데, 직판제가 먼저 시행된 해외사례를 보니 4~5% 수준"이라며 "(직판제 시행시) 딜러 사측 입장에선 프로모션 비용, 금융 이자 비용 등 줄일 수 있는 비용이 분명히 있겠지만, 마진이 줄게되면 결국 영업사원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