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늘었지만…고환율에 웃지 못하는 면세점들

2025-11-25

환율 부담에 명품 가격 상승…백화점과 '가격 역전' 현상까지 '이중고'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면세점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1470원대를 웃도는 고환율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어서다.

일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는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 판매가보다 더 비싸지는 '역전'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대했던 연말 쇼핑 특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70원대까지 오른 환율...면세 가격 경쟁력 흔들

2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데이터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면세점 소매판매액은 3조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5508억원) 감소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도 9.5%(3160억원) 줄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던 2020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20년 1~9월 누적 판매액(11조5122억원)은 올해 같은 기간(10조9545억원)보다 4.8% 높았다.

전체 소매판매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분기 전체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164조4048억원을 기록했다. 방한 외국인은 지난달 101만 명으로 19% 늘었지만 고환율 탓에 객단가는 오히려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기준 1478.6원으로 두 달 전(9월 1일) 대비 6.1% 상승했다. 면세가는 달러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백화점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구조다.

실제로 현재 디올·루이비통 등 일부 명품 브랜드 제품은 면세 가격이 백화점 판매가와 더 바싸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몰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기준 '2025FW 몽클레어 여성 클로에쎄(KHLOESSE) 다운 롱패딩' 제품의 경우 B인터넷면세점에서는 391만원대로 판매되고 있었으나, C백화점에서는 388만원대로, 면세점이 더 비쌌다. 이러한 가격 역전 현상에 따라 최근 일부 면세점 직원들이 고객에게 "백화점이 더 싸다"고 귀띔했다는 목격담도 전해지고 있다.

◆할인·환율 보상 강화로 자구책 마련…효과 제한적 우려

면세점들은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사고 있다. 업체들은 환율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할인·적립·보상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다음 달 30일까지 출국정보 등록 고객에게 온라인몰 10%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외국인 고객에게는 쇼핑지원금과 면세포인트를 지급한다.

롯데면세점은 환율 보상 프로모션과 '럭셔리 윈터 홀리데이'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말까지 매주 금·토·일요일 명동본점·월드타워점·부산점에서 150달러 이상 구매 시 3만원 상당의 '프리 LDF PAY'를 제공한다.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25만원까지 지급했던 '환율 내려올지니' 행사도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마케팅만으로 가격 격차를 해소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 브랜드 본사의 가격정책 영향력이 크고, 환율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면세업계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환율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 고객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이는 전반적인 면세업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겨울은 내국인들도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성수기인데, 고환율 현상이 길어지면 실적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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