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국내에서 미국 완성차 브랜드의 판매량과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안전 진단 기준 등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는 등 한국 수입차 시장 ‘완전 개방’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시점에 나온 결과여서 특히 주목된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팔린 미국 브랜드 자동차(승용 한정)는 7362대로, 수입차 시장에서의 판매 비중이 27.2%에 달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4대 중 1대는 미국 차라는 뜻이다.
이는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선전 때문이다. 머스크의 ‘정치 개입’ 리스크 등이 더해져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판매 실적이 부진을 겪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테슬라의 맹위는 여전하다.
테슬라는 2023년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저가 모델Y를 내세워 지난해 2만9754대라는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모델Y의 부분 변경 모델 ‘모델Y 주니퍼’ 출시 효과에 힘입어 1∼7월에만 이에 육박하는 2만6585대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월에는 2017년 국내 수입차 시장 진출 후 처음으로 월간 판매 1위 브랜드에 오르기도 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더불어 ‘수입차 3강’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테슬라가 원활한 물량수급을 전제로 이러한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약 4만5000대의 연간 판매량으로 역대 최다 판매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힘입어 미국 완성차 브랜드도 올해 역대 최다 판매량과 최고 판매 비중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 협상 타결 후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 수용을 약속했다”며 “현재 제작사별 연 5만대인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을 철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수입차 비관세 장벽 철폐 흐름을 타고 미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공략엔 더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올해 1∼7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3만2069대로, 판매 비중(19.4%)이 20%에 육박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비중은 2019년까지 8∼9%대를 유지하다 2020년 12.0%로 뛰어올랐고, 2021년 14.1%, 2022년 10.7%, 2023년 9.8%, 2024년 15.1%를 나타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각종 비관세 장벽의 향방과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현지화를 통한 물량 조정 등 여파로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진출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