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예약 손님만 받아요” 미용실 예약제에 주눅 든 고령층

2025-03-08

최근 예약 없이 미용실에 방문했다가 여러 차례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한 어르신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은 미용실도 이용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는 한탄과 함께 예약제가 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약할 줄 몰라서 퇴짜…누리꾼 공감 폭발=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에 따르면 대전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이라는 글쓴이는 한 노인이 가게 밖을 서성이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갔다가 안쓰러운 사연을 들었다고 한다. 노인은 이미 몇 군데서 예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탓에 잔뜩 주눅이 들었고, 추운 날씨 때문에 손까지 떨고 있었다.

노인 손님은 “예약할 줄 모른다”며 거듭 사과를 했고, 글쓴이는 안타까운 마음에 노인 손님을 안으로 모시고 파마를 해드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쉬운 거절도 어르신에겐 크게 다가올 수 있구나 싶었다”면서 “예약할 줄 모르는 게 왜 사과할 일인가”라며 반문했다.

해당 게시물에 누리꾼들은 크게 호응하며, 예약제 미용실에 대한 불편함에 공감했다. ‘손님 없어도 안 받아주더라’ ‘나도 퇴짜 맞은 적 있다’ ‘참 번거로운 세상이 됐다’ ‘지긋한 나이는 예약제 어려워요’ ‘그냥 갑자기 머리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불편하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언제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약제 정착=혼자 운영하는 1인 미용실이나 강남·청담동 등 일부 유명 업장은 통상 예약제로 운영됐지만, 동네에 있는 대다수 미용실은 문턱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머리스타일 변화로 기분 전환하고 싶은 날이나 가게 앞을 지나다가 즉흥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미용실 예약제가 통용됐을까?

한국화장품미용학회지에 게재된 ‘코로나19 이후 미용실 예약시스템과 서비스 품질이 고객 신뢰에 미치는 영향(2023년)’ 논문 등을 보면 코로나 장기화로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정부의 예약제 권고 지침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예약제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예약제의 순기능도 있다. 업주 입장에선 손님이 없는 빈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인건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은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시간을 줄이고, 편리하게 원하는 시간에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소외 계층 불편…예약 방식 개선해야=다만 지금의 미용실 예약제는 인터넷 예약이 많아 노년층, 장애인 등 디지털 기기에 서툰 이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어 방법적인 측면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예약제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예약이 어려운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예약제만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가게 앞에 써 붙여 적극적으로 알린다거나, 전화 예약을 병행하는 것은 어떨까. 또 매장에 예약을 돕는 직원을 두고 방문 예약을 받거나, 즉석 방문 고객을 위해 순차적으로 대기번호를 부여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보다 간단한 예약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모든 소비자를 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기자 eh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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