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국가 배상책임 첫 인정...2심도 유지
"진실과 책임 인정한 사법부 판결 환영"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1부(이중민 김소영 장창국 부장판사)는 17일 응우옌 티 탄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응우옌씨는 베트남 전 때인 1968년 2월12일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74명의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다며 2020년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3000만100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을 비롯해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응우옌씨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하며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000만100원과 이에 대한 손해지연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대한민국 해병 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고와 가족들로 하여금 방공호 밖으로 나오라 명령한 뒤 현장에서 바로 이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원고의 이모, 언니, 남동생 등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의 모친은 당시 외출 중이었는데 한국군은 모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곳에 모이게 한 다음 총으로 사살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응우옌씨는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소송 대리인단과의 화상 통화에서 "오늘 승소하는 소식을 접해서 너무도 기쁘다"며 "오늘 승소로 그날 희생된 원혼들도 위로를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응우옌씨 대리인단은 "이번 항소심 판결은 1심 선고와 더불어 대한민국 사법부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실과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진실과 책임을 인정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이 판결을 중요한 교육자료로 삼아야 한다"며 "피고 대한민국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