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11.18 15:47 수정 2024.11.18 15:5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 정부와 긴밀 대응
MG손보 우선협상자 심사 중, 시간 걸려
금안계정, 최근 상황 보면 꼭 도입 돼야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8일 "차등보험료율은 예금자 보호제도에서 무임승차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라며 "유인부합적 측면에서 관련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유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차등보험료율 진행 현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제 자신의 돈으로 자신의 회사를 부보하고, 업권이 상호부조해 위험을 관리할때는 반드시 보험료율이 적절하게 산정돼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차등보험료율 제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등보험료율제는 금융사의 건전성 등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최대 ±10%포인트(p) 다르게 산정하는 제도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금융사의 경영 위험을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현행 업권별 표준 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금융투자 0.15% ▲저축은행 0.4% 등이다. 예보는 여기서 경영 위험 평가에 따라 각 사에 5등급으로 할증을 매긴다. 예보는 이런 차등보험료율제도의 유인체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 5등급에서 7등급으로 확대하는 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유 사장은 "유인부합적 예보 제도가 업권별 자기부담을 강조하는 '예보 3.0'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라면서도 "과거 공적자금이라든지 타 업권에서 예보료를 지급해 부실을 해소하는 것은 유인부합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스크를 잘 관리했는데 내가 왜 똑같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는 안된다"며 "사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차등보험료율제에 대한 정기적 리뷰가 있어야 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부보회사와 여러차례 소통을 거쳐 납득할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는 원칙하에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보는 조만간 공청회를 통해 세부적인 항목을 추가 수정하고, 업권 협의와 최종 협의 과정을 거쳐 연내 확정안을 만들 예정이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해서는 "언제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남아있다"면서도 "정부와 긴밀하게 대응해 대안별로 실천방향의 장단점을 분석해, 최적의 방향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13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정부나 위탁기관이 금융기관을 대신해 지급을 보증하는 예금자 보호 한도는 2001년 5000만원으로 지정된 이후 23년째 변화가 없었다. 이를 두고 GDP 상승이나 최근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서는 "MG손보 매각이 답보된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옛날같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하는 방법은 있겠지만 더 이상 가능한 방안이 아니고, 최대한 시장에서의 정리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해서는 내부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더라도 협상을 시작해야 계약이 진행되기 때문에 매각까지 추가적인 시간이 걸리고 검토할 사항도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특정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특혜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 의아하다"면서도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하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21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된 금융안정계정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사들이 유동성 위기 상황에 처하면 부실이 발생하기 전에 예보 내 기금을 활용해 자금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 금융위기 발생 시 한시적으로 운영돼왔는데, 이를 상설화하겠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7년 넘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이런 제도를 운영해왔다"며 "최근 경제·금융 상황을 보면 어느 때보다도 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예보 한도 상향도 결정된만큼 더 더욱 필요한 제도"라고 언급했다.
유 사장은 내년 업무 계획에 대해 "내년은 예보3.0 실현을 위해 준비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과 2027년의 기금 대전환은 공적 자금으로 운영했던 예금보험제도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예금만큼이나 증권과 보험권에서도 예보의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상호금융권 등 예보의 바운더리를 넘어서는 금융권에 대해서도 아웃리치를 확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