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소설가 ‘펄벅’여사가 1960년 늦은 가을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경주를 둘러보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시골집 마당의 감나무 끝에 달린 ‘감’ 서너 개를 보고는 질문을 합니다. “너무 높아서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동행한 가이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까치밥이라고 해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펄벅’여사는 감탄을 했습니다.? ?
때마침 소 달구지를 끌고 볏단을 지게에 짊어진 농부가 석양빛을 받으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펄벅’여사는 “아니 볏짐을 달구지에 싣고 같이 타고 가면 편하게 갈 텐데 왜 소를 몰고 힘들게 볏짐을 지고 걸어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는 “이 소도 하루종일 나와 함께 힘들게 일을 했는데 얼마나 피곤하고 힘 들었겠냐. 짐을 나누어지고 가면 소가 덜 힘들지 않겠느냐”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펄벅’여사는 손뼉을 치며 감탄을 했습니다. “바로 이거다. 제가 한국에서 보고자 한 것은 명승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것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답니다. 훗날 그녀는 1963년 출간한 ‘살아있는 갈대’ 첫머리에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극찬을 했습니다. ‘날짐승’과 ‘소’까지 배려한 한국인의 고운 심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날짐승’과 ‘소’까지 배려하는 고운 심성이 절실한 설 명절이 다가왔습니다. ‘펄벅’여사가 감탄한 한국인의 ‘배려정신’을 실천할 때입니다. 해마다 명절이 끝나면 가정불화 얘기가 뉴스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다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는 화목한 집안과 사람관계의 기본입니다. 내가 힘들면 당연히 다른 사람도 힘든 법입니다. 나만 편하자고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 상생하고 발전하는 ‘사섭법(四攝法)’을 말씀하셨습니다. 중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실천적 방안인 네 가지의 섭사는 보시섭(布施攝)·애어섭(愛語攝)·이행섭(利行攝)·동사섭(同事攝)을 말합니다. ?
보시섭(布施攝)은 중생이 재물을 구하거나 진리를 구할 때 힘닿는 대로 베풀어 주어서 중생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어섭(愛語攝)은 대중의 화합을 위해 여러 사람에게 예쁜 말을 하여 친애하는 정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보살은 온화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로 중생을 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행섭(利行攝)은 몸과 말과 생각으로 중생들을 위하여 이익되고 보람된 선행(善行)을 베풀어서 그들로 하여금 정도(正道)에 들어가게 하는 것입니다. 동사섭(同事攝)은 보살이 중생과 일심동체가 되어 고락을 함께하고 화복을 같이하면서 그들을 깨우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적극적인 실천행입니다.?
이 동사섭(同事攝)은 보살의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에 근거를 둔 것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실천행동입니다. 따라서 동사섭(同事攝)은 사섭법(四攝法) 가운데 가장 지고한 행(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섭법(四攝法)을 제대로 행(行)하면 수많은 중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존경을 한몸에 받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설 명절에는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 보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안부를 묻고, 친척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며 함께 걱정해주고, 음식을 포함한 명절 준비도 “내가 먼저 해주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무겁고, 귀찮고, 힘든 일도 “내가 먼저 해줍시다”.?
이렇게 나부터 실천하면 분명 다음 명절에는 일가친척들의 웃음소리가 왁자하니 집안에 가득 찰 것입니다. 내 피붙이들이 화목해야 그 사랑이 낯선 이웃으로 번져가서 서로 배려하고 상생하는 아름답고 따뜻한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진성스님 <마이산 탑사 회주/(사)붓다 이사장/한국불교태고종전북특별자치도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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