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30인이 꼽은 ‘윤 대통령 과제 3가지’···“물러나라” 극약처방도

2024-11-03

[쿠오바디스 윤석열 정부]①

정치학자 30명의 평가와 제언

정치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대해 협치·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인적 쇄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초심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조언을 해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며 “물러나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이 3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령에 대한 정치학자 30명의 제언(자유응답, 중복 포함)을 종합한 결과 협치(상생·대화와 타협 등 포함)를 언급한 사람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김건희 특검법 수용 등 포함)과 인적 쇄신도 각각 8명의 정치학자가 거론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4명), 초심을 찾아야 한다(3명)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치학자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협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공유했다.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다른 당(야당)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며 “대통령이 하는 일이 100이라고 하면 그중 한 80은 의회 설득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현재까지 제1야당 대표와 회담한 것이 한 번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대통령이 4대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데 여야 협조 관계나 협치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특검 등을 통한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도 강조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우선 채 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법’처럼 대통령 배우자법을 여야가 초당적으로 입법화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의 윤 대통령 육성 공개로 확산하는 공천개입 의혹의 본질도 결국은 김 여사에게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단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대통령실과 정부 인사를 완전히 개편해서 국민 앞에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가겠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경제팀의 전면적 개편을 통해 경제성장률 제고 전략을 제시하고 외교팀 인적 쇄신을 통해 외교·안보의 3대 불균형(안보만 지나치게 강조·이념 집착·미국과 일본에 치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야당과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을 이끌려고 하지 말고 국민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된다”며 “정치라는 게 설명하면 망하는 거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듣지도 않고 주야장천 설명만 하고 있으니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초심으로 현 상황을 비춰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정치학자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비판을 많이 했는데 그걸 복기하면서 ‘과연 나는 잘했는가’ 하면서 거울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윤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이 기대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없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차재권 부경대 정외과 교수는 “그냥 빨리 다른 분한테 맡기는 게 정답”이라며 “잘하려고 하면은 일단은 자기를 버려야 되는데 그러기 어려운 분 같다.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난망하다”고 말했다. 임미리 독립연구자는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헌법을 정독하기 바란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대통령 주위를 둘러싼 이들이 배부르고 편하려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국가를 이제 더는 망가뜨리지 마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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