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6월 2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 국방부 장관과 해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독일(서독) HDW 조선소에서 만든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SS-061)’이 공식 취역하는 순간이었다. 1300톤급에 전장 56m, 폭 6.2m의 장보고함은 연안 작전에만 머물던 해군에 장거리 단독 잠항과 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비록 외국 기술로 태어났으나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며 우리 영해를 물샐틈없이 지켜낸 방패가 돼줬다.
지난 33년간 심해를 지켜온 장보고함이 31일 공식 퇴역한다. 그간 누빈 거리는 총 63만 3000㎞, 지구를 15바퀴나 도는 대장정이었지만 단 한 차례의 중대 사고도 없었다. 이는 좁고 폐쇄된 함내에서 함정을 닦고 조이며 기름칠한 수많은 장병과 역대 함장들의 헌신이 일궈낸 성과다. 장보고함을 기점으로 우리 잠수함 전력은 일취월장했다. 500톤급 범고래함을 거쳐 1800톤급 손원일함으로 체급을 키웠고 최근에는 세계 수준의 독자 기술력을 응집한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까지 건조했다.
요즘 한반도 주변 바닷속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북한은 현재 60~7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며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중 20여 척은 1800톤급 이상의 중대형이다. 우리 잠수함이 기능 면에서 앞선다 해도 20여 척에 불과한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내년 1월 초에도 한미가 핵잠 협상을 위한 후속 논의에 나선다. 북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달 25일 건조 중인 8700톤급 핵잠의 실체를 처음 공개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K잠수함’의 능력은 이제 세계적이다. 유럽에서 독일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 해군의 잠수함을 건조할 예정이다. 남북 간 힘의 균형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하루라도 빠른 우리의 첫 핵잠을 기대해 본다. 이것이 장보고함의 마지막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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