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러시아 정부 "사망 원인은 담낭염 등 복합 질환에 따른 부정맥"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지만 감옥에서 의문사한 반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실제로는 독살을 당했다고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1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나발니는 작년 2월 러시아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4개월 후 나발니가 담낭염, 추간판 탈출증, 황색포도상구균 감염 등 복합 질환에 따른 부정맥으로 사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발나야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해외 연구소 두 곳에서 남편의 생물학적 샘플을 검사한 결과 사망 원인은 독살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나발나야는 작년에 나발니 검체를 해외로 빼내는 데 성공했고,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다"며 "두 연구소의 결론은 같았고, 그것은 독살이었다"고 말했다.
나발니에게서 채취한 검체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분석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나발나야는 "이번 검사 결과는 공익에 중요하며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우리 모두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두 연구실이 '불편한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1976년 모스크바 근교에서 태어난 나발니는 러시아민족우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0년 정계에 입문했다. 푸틴과 러시아 고위층의 비리 및 부정축재 의혹을 잇따라 폭로하는 등 푸틴 정권에 맞서며 야권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지난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득표율 28%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푸틴 정권을 비판하다 2020년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에서 노비촉이라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극적으로 살아났으나 2021년 1월 귀국 직후 체포됐다.
2022년 횡령과 사기 혐의 등으로 9년형을 받았고, 이후 극단주의 조직 결성 혐의로 19년 징역형을 추가로 받아 복역하던 중 알수 없는 이유로 감옥에서 급사했다.
나발나야는 작년 2월 16일 낮 12시 10분쯤 나발니가 교도소의 작은 운동용 감방에서 몸이 아프다고 느꼈고 땅바닥에 쭈그린 채 고통스러워했지만 오히려 징벌방에 갇혔다고 했다. 이후 고통을 호소한 지 약 40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했다.
나발나야는 "알렉세이는 바닥에 누워 무릎을 배에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신음했고 가슴과 배가 불타는 듯이 아프다고 말했다"며 "그러다 곧 구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나야의 주장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