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이분들'로 말한 이 남자 "입양, 축하할 일로 바꿀 것"

2024-12-26

"아직 국내 아동의 권리 수준이 높다고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올해 100주년이 된 세계아동권리선언도 한국 사회에선 전혀 화두가 되지 않았죠. 그래서 더욱 아동권리보장원이 필요합니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만난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틈틈이 아동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 아동학대부터 자립준비청년까지 주요 아동정책 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아동복지 전공 교수인 정 원장은 지난해 아동 권리를 챙기는 이곳 수장이 됐다.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그는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엔 아동 소외·방임 가능성도 높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설립 5년 차인 아동권리보장원은 내년에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금껏 홀트아동복지회 등 민간 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던 입양 절차가 국가·지자체로 옮겨가는 '입양 체계 공공성 강화'다. 입양법 개정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 신청, 해외 입양인 뿌리 찾기 등의 업무를 대부분 맡게 된다. 정 원장은 "입양이 보다 아동 중심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원장은 앞선 과거의 입양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입양 모두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공식 통계상 17만명, 비공식적으론 25만명으로 추정되는 해외 입양인 자료를 잘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해외로 가장 많이, 오랫동안 아이들을 보냈던 부끄러운 역사도 잘 정리해서 후손에게 알릴 기록관이 필요하다. 뿌리를 찾으려는 국내외 입양인들의 정보 청구 시 필요한 자료 구축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내 입양을 늘리기 위한 사회적 인식 전환도 내세웠다. "국가가 아무리 잘해도 국민이 품을 내어주지 않으면 입양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종교적 배경을 가진 가정이 입양에 더 많이 나서는 편인 만큼 4대 종단과의 접점을 늘리겠다. 입양이 '대단한 일'이 아닌 '축하할 일'로 여겨질 수 있도록 인식 개선 교육 등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숙제가 된 저출생 이슈도 아동 권리와 직결된다. 그는 "아동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선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면서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최근 신고가 증가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대응 인력 교육 등을 맡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정 원장은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한 만큼, 가정 방문형 재학대 예방 프로그램이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피해 아동 쉼터 등을 위한 예산이 더 필요하다. 아동학대 사망에 대한 심층분석도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정 원장은 인터뷰 중간중간 아동을 '이분들'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사회가 아동 친화적으로 바뀌려면 이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이 8~19세 85명으로 구성된 아동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대부분의 정책은 당사자·전문가 의견이 함께 들어가는데 아동 분야만 전문가 목소리가 많이 들어갑니다. 기후·디지털 등 아동과 직접적 연관 있는 사안을 결정할 때는 아동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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