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주요 금융지주가 회장 승계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신한·우리·BNK금융지주 CEO(회장)는 모두 초임이어서 연임 의지가 강하지만, 정권 조기 교체에 따른 변수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추석 전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중심으로 차기 회장 승계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후보군 사전 발굴과 평가, 검증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사회 차원에서도 승계 일정 관리와 공정성 확보 장치를 마련 중이다.
우리금융과 BNK금융 역시 다음달을 전후해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도입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자(CEO) 경영 승계 절차는 현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개시해야 한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승계 프로그램 무게중심이 단순한 경영성과 평가를 넘어 정책 부합도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초임 회장들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는지를 평가받는 동시에, 새 정부 기조를 충실히 뒷받침했는지도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성적표가 연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중심 자금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ESG 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임종룡 회장이 직접 나서 “앞으로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해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민간 최초로 10조원 참여 계획도 발표했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실적개선과 비은행 부문 강화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다만,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은 약점이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창립 24주년 기념행사에서 “아무리 기술·환경이 변해도 (금융의) 본질은 생산적·이타적 금융”이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민간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초청 받은데다 최근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도 동행하는 등 이번 정부와 보조를 적극 맞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적어 '이자장사 비판'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진 회장 연임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지난해 벌어진 신한투자증권 파생상품 1300억원대 손실 사건이 유일한 걸림돌이라는 예상이다.
2년 동안 BNK를 무난히 이끌어 온 빈대인 BNK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방은행이라는 특성 상 지역금융 공급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BNK금융은 최근 △생산적 금융 2조 6000억 원 △포용금융 9000억 원 △책임금융 2000억 원 등 모두 3조 7000억원 금융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북극항로 개척 금융, 해양 신사업 분야 벤처기업 지원 펀드 조성, 중소선사 금융 등 전방위 지원으로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 미래 산업 육성과 유니콘기업 발굴을 위해 혁신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한다. 그룹자회사인 BNK벤처투자와 BNK자산운용 본사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한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강화 역시 지주 회장 연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진 홍콩 H 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데다, 올해 들어 대규모 횡령, 부당대출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금융지주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권 관계자는“그간 추진해 온 사고 예방 체계 강화 효과가 실효를 거둬야 할 것”이라면서 “남은 기간 동안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지 않으면, 기존 CEO들은 일단 연임 7부 능선은 넘은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