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수록, 희귀할수록"···특급호텔 완판 상품 공통점

2024-12-26

결혼식, 돌잔치 등을 호화스럽고 특별하게 보내고자 하는 일부 소비 심리를 반영한 특급 호텔들의 프리미엄 상품이 인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역대 최저 혼인·출산율에도 특급호텔 결혼식·돌잔치는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들 호텔이 야심차게 내놓은 한정판 케이크 역시 웬만한 5성급 호텔 객실료보다 비싼 가격에도 완판 행진을 거듭 중이다.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의 결혼식 예상 비용은 평균 1억(하객 300명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생화와 식사 메뉴를 추가할 경우 부르는 게 값. 꽃장식과 메뉴 구성에 따라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한 번뿐인 결혼식에 과감하게 투자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서울 시내 주요 5성급 호텔 예식장은 내년 성수기 시즌 예약을 대다수 마감했다.

VIB(Very Important Baby) 열풍으로 럭셔리 호텔에서 자녀의 돌잔치를 치르는 것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300만원 이상의 보증금에 돌상, 스냅·드레스·메이크업, 답례품까지 추가하면 1000만원의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중한 내 아이의 첫 생일을 더욱 특별하게 보내려는 돌준맘(자녀의 돌잔치를 준비하는 엄마) 사이에선 인기 호텔 돌잔치 예약은 '고시 패스'. 특급 호텔 돌잔치는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프리미엄 케이크 선호 현상이 대두되면서 최대 40만원에 달하는 특급호텔 연말 시즌 한정판 케이크 역시 조기 마감됐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30만원에 출시한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케이크를 올해 10만원 인상해 40만원에 내놓았는데, 완판까지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의 '위시힐 케이크'도 작년보다 10만원 인상된 35만원에 판매했지만 모두 완판됐다.

호텔 상품은 마치 명품처럼 '가격이 비쌀수록 수량이 한정될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업체의 상품이 완판되면 다른 업체도 인상 대열에 합류해 명품백 오픈런(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뛰어가는 행위)에 준하는 예약 열기를 보여준다.

예비 신부 A씨는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에서 예식을 알아보고 있는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10%가량 인상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막대한 비용이 들겠지만, 후년에는 더 오를 수 있다는 말에 성급히 계약서를 작성했다. 호텔들이 특별함을 사고 싶은 예비부부의 마음을 잘 공략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호텔 업계는 점차 가격을 올리는 주기를 짧게, 인상 폭을 크게 하면서 '우리 상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왜곡된 소비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생필품을 구매할 땐 10~20원이라도 아끼지만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고 타인에 대한 과시 효과가 있는 상품을 구매할 때는 통 크게 지출하는 현상이 커졌다"며 "프리미엄 상품을 소비하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만족감을 찾으려는 소비자와 이를 마케팅화 하는 호텔이 만나 지금 같은 현상이 대두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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