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낮다고 동료들 앞에서 소금을 뿌렸어요”…괴롭힘 앞에 무력한 여성 콜센터 노동자들

회사 내 여성 비율이 높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콜센터 내부의 괴롭힘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 콜센터사업장 연석회의,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등은 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콜센터 현장 내 괴롭힘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콜센터 업계에는 40만명으로 추산되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지만 원청-하청, 센터장-중간관리자-상담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는 콜센터 현장 내 괴롭힘을 묵인하고 방조한다. 폭력의 구조 그 마지막에 여성 노동자가 있다”며 “2018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콜센터 내 관리자들의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노동자들을 괴롭혔던 사례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김민정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공동본부장 후보는 LG헬로비전 콜센터에서 한 관리자의 괴롭힘으로 다수의 콜센터 상담사들이 퇴사한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관리자는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상담사의 책상과 몸에 소금을 뿌렸다. 김 후보는 “노동조합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콜센터 측은 두 달 넘게 조사를 한 끝에 ‘근신 2일’이라는 솜방망이 징계 처분을 내렸다”며 “회사가 묵인하고 방조하지 않았다면 괴롭힘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관리자는 만취한 채 자정이 넘은 시간 콜센터로 돌아와 업무 중인 상담사에게 술을 사 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이하나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조합원은 “관리자는 술에 취해 외부인인 지인을 무단으로 출입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사측에 책임 있는 조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회사는 ‘주의’ 조치를 내렸고 한 달 후에 해당 관리자를 승진시키기까지 했다. 이 조합원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관리자의 만행은 더 심해져 특정 상담사에게만 큰 소리로 질책하거나 본인이 임의로 특혜를 주는 등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연차 사용 등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사례도 있었다. 김선화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장은 “다리 골절로 깁스를 해도 ‘손이랑 입이 다친 게 아니니 출근하라’고 하거나 연차 사용을 제한한다”며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거나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제대로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청과 하청 간의 불공정한 도급 관계에서 시작되는 근본 원인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종진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이제라도 콜센터 문제 사업장의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하고 국회에서도 법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