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상장사들의 사외이사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사외이사 개인에게 주주 이익을 보호할 법적 책임을 묻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다는 관측에 코스닥은 물론이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조차 사외이사 기피 현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운영 중인 사외이사 인력뱅크에 등록된 후보자 2261명 가운데 40.6%(919명)는 70대 이상이다. 60대(896명)까지 합치면 전체 80%에 이르는 사외이사 후보자가 은퇴 연령이 지난 고령층이다. 사외이사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고령층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사외이사를 뽑고 싶어도 쉽지 않은 구조다. 국내 사외이사는 거수기를 막는다는 이유로 최대 6년(계열사 합산 9년) 이상 재직할 수 없다. 여기에 겸직 제한, 지분 보유 등 결격 사유를 따지고 나면 경영 활동에 필요한 전문성이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매년 3월 정기 주총 시기가 되면 상장협 등에 사외이사를 추천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지지만 실제 선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소액주주연대가 사외이사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자 사외이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억대 보수를 받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법적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보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에 국한됐던 사외이사 기피 현상은 상법 개정안을 계기로 코스피 상장사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각종 결격 사유로 인력 풀이 한정된 상태에서 상법 개정으로 능력 있는 사외이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각종 법적 부담 리스크를 피하면서 식물 이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의 보수에 비해 법적 책임이 과중해지면서 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개인이 법적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사외이사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