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집안을 울리는 고통스러운 비명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반려견 ‘포비’가 괴로워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간혹 변비가 생기면 불편해 했었기에, 이번에도 단순히 변비가 아닐까 싶어 서둘러 응급실로 향했다.
그런데 병원서 수의사가 보여준 엑스레이 사진 속 포비의 상황은 심각했다. 의사는 대형견에서 간혹 나타나는 GDV(위염전) 증후군으로 치명적 응급상황이라며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했다.
가족 모두는 순간 패닉에 빠졌지만 서둘러 수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포비를 좀 더 살펴본 의사가 이미 장기 괴사가 진행된 듯하다며 수술 중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고, 성공하더라도 평생 약을 복용하며 후유증을 겪게 될 수 있어 고통을 줄여주자며 안락사를 권했다. 고심 끝에 의사의 권유대로 포비를 떠나 보내야 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가을에 태어난 풍산개 포비는 지난 5년 반 동안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며 우리 집 막내로 늘 기쁨과 웃음을 선사했던 존재였다. 가족들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못 가고 우리 부부도 병가를 내야 했을 정도였다.
한동안 포비가 사용하던 장난감, 밥그릇, 잠자리가 눈에 띌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다. 떠나보낸 지 한 달이 돼 가는데도 포비의 흔적과 존재감이 집안 곳곳에 남아, 마치 언제라도 꼬리를 흔들며 뛰어나올 것만 같았다. 가족들은 여전히 포비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힘들어하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던 할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많게는 한번에 5마리의 반려견을 키워 보기도 했지만 포비처럼 급작스럽게 이별을 한 것은 처음이라 마음으로 떠나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싶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펫 로스(Pet Loss)’라는 용어가 생겼다고 하는데 더는 낯설지 않게 됐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중 90%가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을 경험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심각한 수준의 상실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애완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이 아니라,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깊은 정신적 상처가 남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불안, 무기력,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도 겪는다는데 심지어 이런 증상이 1년 넘게 지속돼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정서적 유대감이 강할수록 상실감의 크기와 지속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경우 “동물인데 뭐 그렇게까지…”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펫 로스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닌, 실제로 전문적인 접근과 지원이 필요한 심리적 현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펫 로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싶어 구글링해 본 결과를 펫 로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아픔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와 충분히 대화하며 슬픔을 표현해야 한단다.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추억을 사진이나 글로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포비의 사진들을 보며 함께했던 시간 동안 느꼈던 사랑과 고마움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슬픔을 받아들이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에는 펫 로스 전문 상담이나 치료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만큼 만약 혼자서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비를 통해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얼마나 큰 상심을 초래할 수 있는지 체험했다. 동시에, 이런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모든 생명은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 이별도 동반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헤어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곁에 있을 때 잘해주자는 말이다.
박낙희 /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