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설비를 구매·설치·운영하는 한국전력이 전력 기자재 ‘품질연동 물량 차등제’ 등을 도입해 품질 강화에 나선다. 전력 기자재 수출도 늘리기로 했다.
1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5년간 정전 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641건에 불과했던 정전 사고는 2023년 1045건으로 63.0%(404건) 늘었다. 정전 원인으로는 2023년 기준 ‘기자재 문제’가 2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선·기기류·애자(절연기구) 등 기자재 파손이나 기자재 자연 열화로 정전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 것이다.
기자재 문제는 단순히 정전에 의한 일시적인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설비 수리와 교체 비용이 증가하고, 공장 생산라인의 중단 등 기업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화재·감전사고 등의 안전 문제도 발생한다.
한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에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우선 최신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기준에 부합한 기자재 구매규격을 제·개정했다. 성능과 품질을 우선하는 새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필수 제조설비의 품질관리 역량을 검증하는 현장심사와 한국전기연구원 등 공인시험기관 개발시험 등도 강화했다. 이를 통과한 협력사에 최종적으로 납품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구매 단계에서는 2022년부터 품질평가(S~D등급) 결과를 기반으로 ‘품질연동 물량 차등제’를 공기업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전력기자재센터 조직을 확대·재편해 설계-계약-생산-시공-진단-고장분석 등 품질관리 사이클의 전체 주기를 납품 단계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자 리콜제도’도 운용 중이다. 불량 발생시 협력사가 직접 원인분석과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인데, 대규모 설비고장으로의 확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울러 기자재 품질등급 평가를 통해 협력사별로 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도 시행 중이다. 품질 우수사(S~A등급)에는 납품검사 면제, 품질 우수기업 포상 등 인센티브를 주고, 품질 미흡사(C~D등급)는 공인기관 주관의 성능확인시험 및 KOLAS(한국인정기구) 제품인증 등 추가적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품질 미흡사에 대해서는 장기신뢰성 검증 위주의 성능시험을 통해 기자재 품질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이런 성능시험을 모두 거쳐야 재납품이 가능하도록 했다.
나아가 전력 기자재 수출에도 팔을 걷어 붙인다. 한국의 송배전 손실률은 미국(6.3%)의 절반 수준인 3.5%을 기록했고, 호당 정전시간도 9.05분으로 미국(49.4분)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는 전력기자재를 10대 수출 품목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은 주요 국가보다 전기요금이 저렴(OECD 37개국 중 35위)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자랑한다”며 “고품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송변전 설비 적기 확충은 물론, 신기술 기반의 체계적인 설비 운영과 차세대 전력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으며, 전력설비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