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 지으려면, 좋은 건축가를 만나세요.”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이자 TRU건축사무소 대표인 조성익(51) 교수에게 ‘내 집 잘 짓는 법’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건축가가 ‘좋은 건축가’인지 알아채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죠.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좋은 건축가까지 골라야 한다니…. 내 집 짓기, 멀게만 느껴지는데요. 안목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그 해답을 조 교수에게 들어봤습니다.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건축을 공부한 조 교수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뉴욕에서 초고층 건물 전문가로 일하다 국내에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죠. 자연 속 노부부를 위한 ‘진천 벚꽃집’, 꽃피는 옥상을 품은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 조용한 휴식을 위한 주말 주택 ‘부곡프라이데이’ 등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집을 지었습니다. 청년들이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는 ‘숭인 맹그로브’ 코리빙(주거 건물을 여럿이 나눠 쓰는 생활방식) 건물로 2021년 한국 건축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죠.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요. 좋은 집에 사는 건 왜 중요할까요. 그리고 그 집에서 우린 어떤 삶을 꿈꿀 수 있을까요. 오늘 ‘더, 마음’의 주제는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집’ 입니다. 특히 내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건축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선 어떻게 의뢰해야 하는지, 집을 짓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떤 건축주가 돼야 하는지, 건축가에게 꼭 해야 할 말은 없는지 조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1. 우린 왜 ‘집 짓기’에 실패하나
2. 실패하는 건축주들의 공통점
3. 건축가와 대화하는 법
4. 예산, 솔직하게 까세요
5. ‘아무 용도 없는 방’이 필요한 이유
🏠1. 우린 왜 ‘집 짓기’에 실패하나
최근 의뢰를 맡은 집은 어떤 집인가요?
얼마 전 30대 여성분에게 재미있는 의뢰를 받았어요. “비키니를 입고 태닝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보통 주택을 의뢰할 때 “방 3개, 욕실 2개, 부엌 1개, 마당 적당히”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거든요. 근데 이건 의뢰 내용이 명확하잖아요. 듣자마자 건축가 입장에서 두근거렸어요. 어떤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까 하면서.
생각한 아이디어가 있나요?
아직 완성된 건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접목해 보고 있어요. 일단 해가 들어오는 공간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녀도 괜찮으려면, 외부에서 안을 볼 수 없어야 해요. 말하자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생각한 게 중정(中庭)이에요. 요새 집 안에 중정을 두고 싶어 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문제는 땅이 넓어야 하는데, 평수가 넓지 않은 집에 중정을 넣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내 집 짓기’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