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합, 국회 앞 진료 봉사
시민들 영하권 야외 머문 탓
부상·질환에 의료부스 ‘북적’
“아이가 발을 다쳤어요. 상처를 좀 봐줄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이뤄진 14일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현장에 들어선 의료부스에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집회 현장을 찾은 나승영씨(44·경기 의정부)는 아이가 바닥에 버려져 있던 어묵 꼬치에 발을 다친 탓에 의료진을 찾았다. 뾰족한 꼬치 끝이 신발 바닥을 뚫어 아이 발바닥에 상처가 생겼다. 의료진은 파상풍 예방 접종 여부를 확인한 뒤 발바닥에 난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다.
집회 현장에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리면서 넘어지고 미끄러져 다친 시민도 많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조모씨(64)는 이동 중 넘어져 이마에 찰과상을 입고 응급처치를 받았다. 조씨는 “다쳐서 집에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의료진 덕분에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 장시간 야외에 머문 탓에 시민들 중에는 몸 곳곳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이 운영한 의료부스에서 치료받은 시민은 60여명으로 절반가량은 두통이나 가벼운 근육통 환자였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 장기화로 생겨난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집회 현장에서는 옅어졌다. 이날 두통약을 받으러 의료부스를 찾은 백모씨(59·경기 광주)는 “뉴스에서 접한 의사와 현장에서 만나는 의사는 달랐다”며 “여기 의료진도 그렇고 동네의원도 대부분 친절하고 성의껏 진료해준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7일 첫 탄핵 촉구 집회부터 국회 앞에서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장 의료진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의대생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집회 당일에는 20여명의 의료진이 부스에 상주한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열리는 집회에도 의료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날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집회 현장에서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외에도 사직 전공의와 개원의, 의대 교수 등 다수의 의료 인력이 의료 지원에 나섰다.
의사 이서영씨는 “집회에서 만난 시민 중에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수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분도 많았다”며 “몸이 아픈데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그 시민들이 우리 사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