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실적 양극화' 심화…IFRS17 도입 여파

2025-04-16

보험업계에 드리워진 실적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장기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기가 유리한 대형 보험사들은 수익을 키웠지만, 경쟁에서 불리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투자수익 감소가 예고되는 가운데,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DB·메리츠·현대·KB)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7조 418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5.2%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26개 손보사(재보험사 포함)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 97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9.4% 감소했다.

생명보험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5개 대형사(삼성·한화·교보·신한·농협)의 실적은 1년 새 11.9% 늘었지만, 나머지 17개사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0.8% 줄었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실적 양극화 현상이 IFRS17의 도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질병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에 유리한 구조로 바뀌면서, 해당 상품에 강점을 지닌 대형사들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대형사들은 사업비를 늘리거나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를 확대하기가 수월하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대형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액 단기보험과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하고 있어 IFRS17상 수익성의 핵심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하기가 불리하다. 특히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에 대한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어려움은 디지털 보험사들의 성과 부진에서도 나타난다. 디지털보험사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들을 선보이며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해 독자적인 생존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화손보는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보험사들의 투자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 내에서 보험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는 사이즈가 작은 계약을 주로 보유하고 있는데, 계리적 가정(손해율, 해지율 등)이 변경되면서 손실이 커졌다”며 “대형 보험사는 포트폴리오가 좋기 때문에 일정 부분에서 영향을 받아도 다른 영역에서 수익을 내는 등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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