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국내 가상자산 역차별 해소 나서야

2025-02-18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이에 대한 투자와 개발 열기가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산업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부 국가, 싱가포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은 가상자산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며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왔다. 이들 국가에서는 명확한 규제를 신속하게 마련함으로써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폭넓게 혁신과 성장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가상자산을 둘러싼 강력한 규제와 부정적 시각이 이어지면서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기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새로운 금융자산인 가상자산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성과 정책 기조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전통적인 금융시장과 제도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 왔으며, 급변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독립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흐름에 맞춘 가상자산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상자산청' 또는 '디지털자산청'과 같은 전담 기관 신설이 필요하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은 가상자산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디지털 자산 시장 실무그룹'을 설립했다. 이 그룹은 국가 디지털 자산 비축 가능성을 평가하고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같은 행정명령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는 기존의 가상자산과 경쟁할 수 있는 CBDC의 도입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친 가상자산 성향의 인사를 임명하고,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등의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미국을 가상자산 분야의 선도 국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를 도입해 가상자산 발행, 상장, 거래 전반에 걸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불법 행위 방지를 강조하면서도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혁신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 모델을 발전시키는 특징이 있다. 싱가포르는 명확한 라이선스 제도 운영으로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가상자산 기업을 수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관련 생태계를 적극 육성하며,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과 규제를 제시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또한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을 중심으로 자율 규제기관을 세우고 관련 인프라를 마련해 전 세계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각국은 디지털 금융 혁신 흐름에 발맞추어 규제와 지원을 조화롭게 설계함으로써,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가상자산에 대해 강력한 규제 기조를 이어 가면서 시장 억제에 초점을 두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엄격한 요건을 부과하고 있으며, 가상자산 발행(ICO)이나 디파이(DeFi) 등 혁신 서비스의 도입도 불투명한 상태로 머물러 있다. 세제 체계에서는 가상자산 과세가 반복적으로 유예되면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고, 전통 금융권 대비 낮은 제도적 지원으로 인해 업계 전반이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분야 스타트업들은 초기 비용 부담과 법적 불확실성에 시달리다 시장 진입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위원회가 아닌 가상자산에 특화된 정책 기관이 필요하다. 가칭 '가상자산청' 또는 '디지털자산청'을 설립해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업계 의견을 반영한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규제 중심이 아닌 산업 육성과 혁신 지원을 목표로 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면, 현재와 같은 규제 불확실성과 정책 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 발행·거래·세제와 관련된 규범을 명확히 설정하고, 감독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화해 기업과 투자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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