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대’를 살아낸 아이의 기억

2025-10-09

독재자 이야기

안토니우 조르즈 곤살베스 지음·이진선 옮김

우리나비 | 44쪽 | 2만원

지금 40대들도 ‘독재’를 들어봤을 뿐 당시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윤석열의 ‘21세기 계엄’으로 교과서에서나 보던 독재에 대한 공포를 체감하게 됐고, 탄핵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산교육이 따로 없었다. 하물며 아이들에겐 어땠을까. 이들에게 독재라 함은 게임 금지, 다툼 금지 이 정도가 다였을 텐데 말이다.

<독재자 이야기>는 포르투갈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48년간 이어진 지독한 독재의 끄트머리를 살아낸 안토니우의 기억이고, 증언이다.

“엄마는 가끔 말해요. 식탁에서 정치 이야기는 안 돼!” 안토니우는 정치가 독재자 안토니우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필 이름이 같은 이 독재자는 1932년 총리에 올라 1970년 사망할 때까지 반대 세력을 감시하고 억압했다.

“선거는 나라를 다스릴 당을 뽑는 것인데, 왜 안토니우의 당 하나밖에 없는 거죠?” 엄마가 삶은 감자를 곁들인 대구 요리를 해줄 때 다른 음식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안토니우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학교에는 왜 남자아이들밖에 없는지, 사람들은 왜 다 가난한지 세상은 의문투성이다.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들고 있어요…서로를 껴안고 자유의 날이라고 소리치며 노래를 불러요.” 안토니우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몰랐지만 “부모님이 마음속 생각을 숨기지 않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글’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고 누리는 정의와 자유가, 올바른 가치를 지키고 좋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잃는 순간 얼마든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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