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사랑방 치유

2025-04-13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4월은 사랑의 계절이다. 나무들이 그렇다. 너도나도 사랑방을 꾸민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아름답게 장식한다.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꼼꼼하게 신경쓴다. 크기나 생김새·색깔에도 소홀함이 없다. 부부가 함께 사랑을 나눠야 할 공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랑방 분위기를 돋우는 데는 꽃잎 벽지가 한몫한다. 앙증맞은 것, 넓고 시원한 것, 아담하고 오붓한 것 등…. 고심하면서 고른다. 벽지 색깔도 마찬가지다. 취향에 맞는 것을 찾는다. 정열적인 색깔을 좋아하는 부부는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하얀색 중에서 골라 칠한다. 그렇지 않고 순수하고 은은한 색을 선호할 때는 노란빛이 감도는 하얀색이나 연한 분홍색을 선택한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향기도 살짝 뿌린다.

나무는 그렇게 사랑방을 꾸민다. 1년 만에 꾸민 사랑방이다. 견우와 직녀도 사랑을 위해 칠석날 한 번은 만나지 않는가. 나무의 사랑도 1년을 준비한다. 그렇지만 사랑의 감정은 부부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이 식지 않은 부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부부도 있다.

사랑이 돈독한 부부는 한 방 한 침대에서 다정하게 지낸다. 암수한꽃 사랑이다. 서로 떨어지기를 싫어한다. 신혼부부 사랑 같다. 반면에 사랑이 식어가는 부부도 있다. 아무리 다정한 부부라도 살다 보면 싫어질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한 침대를 벗어나 각자의 방에서 따로 생활한다. 한 그루 나무에서 암꽃 따로, 수꽃 따로 핀다. 암수한그루 사랑이다.

어떤 부부는 아예 떨어져 산다. 사랑할 때만 1년에 한 번 만난다. 암꽃만 피는 나무와 수꽃만 피는 나무가 그렇다. 각자 딴 살림이다. 암수딴그루 사랑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랑의 계절이 오면 그때 한 번 만나 사랑을 나눈다. 이들 계절 부부 중에 요즘 만나는 부부가 봄철 부부다.

이처럼 수꽃 따로 암꽃 따로 살림을 따로 살다 보니 사랑의 계절이 와도 만나는 것을 잊어버릴 수가 있다. 수꽃이 아무리 화려한 꽃을 피워도 암꽃을 만나지 못해 헛수고에 그친다. 꽃은 수북하게 피었으나 열매는 하나도 달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암꽃은 늘 몸가짐을 조심한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수꽃이 곁에 있어도 함부로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근친상간 수정을 막기 위함이다. 그래서 꽃가루를 받아 수분이 이뤄지는 암술대가 수술대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수분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만약 같은 꽃에서 핀 꽃가루가 혹여 바람에라도 날려 암술대에 닿게 되면 암꽃은 수분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암술머리 부분을 닫아버린다. 하나의 꽃에 사랑방을 꾸민 부부라도 야속하리 만치 수꽃의 꽃가루를 거부한다.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 가져온 다른 나무의 꽃가루를 받는다. 암꽃은 그때야 비로소 꽃가루관을 열고 수분한다.

이처럼 나무의 사랑에도 고귀함이 있다. 사랑은 암수의 유전물질을 합치는 일이다. 새로운 생명 탄생의 시작이다. 그러기에 거룩하고 아름답다. 사랑방을 아름답게 꾸미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도 나무 사랑에 흠뻑 빠져든다. 사랑 꽃으로 우리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다. 말하기 어려운 마음은 물론 우정이나 존경의 마음도 잇는다. 그리고 밝은 에너지를 받으며 기뻐한다. 나무 사랑방으로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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