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평화·번영…인태 전략 3대 비전
'자유' 통한 한반도·세계 '평화' 강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번영'
"인태 전략 핵심 개념으로 활용해야"
한국이 지난 2021년 채택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올해로 '성숙·확산 단계'를 맞는 가운데, 향후 정책 전망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인태 전략의 지속적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일찍이 인태 지역에서 역할을 확대해 온 일본이 존재감을 각인시킨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질서 격변기에 인태 전략을 등한시할 경우 입지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으로선 인태 전략에 대한 연속성은 가져가되 '핵심 비전'에 대한 무게중심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인태 전략이 자유·평화·번영이라는 3대 비전을 설정하고 있는 만큼, 자유에 지나치게 쏠린 비중을 다변화해 협력 가능성을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을 통해 펴낸 '2025년 인도·태평양 전망과 한국의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이 '자유·평화·번영의 인태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자유와 평화 못지않게 번영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자유 가치 확산을 강조하며 가치 공유국과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 및 세계 평화·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자유에 기초해 평화를 달성하고, 법치주의를 통해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면 창의성이 발현돼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유·평화에 대한 강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러 군사협력 등 예민한 국제정세와 함께 언급돼 대외정책의 '선명성'으로 해석되는 일이 많았다.
박 교수는 "짧은 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룬 우리의 번영 이미지는 우리 인태 전략의 자산"이라며 "남태평양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국가재건' '시민역량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바, '민주화'보다는 '번영'을 우리 인태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번영을 고리로 한 협력 모색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일본 아베 신조 내각에서 국가안전보장국(NSC) 차장을 역임한 가네하라 노부카쓰 도시샤대 교수는 지난해 한 웨비나에서 트럼프 1기 당시 아베 총리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을 50~60번가량 만났다"며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사우스가 부상하고 있다. 그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가치·민주주의·규칙이 아니라 투자를 통한 발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무역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 강대국과 교류할 수 없다"며 "우리가 문을 닫는다면 '서구(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작별을 고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민정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최근 펴낸 '트럼프 2.0 시대 동남아의 대응 방향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에서 확인된 아세안 다자체제에 대한 경시는 트럼프 2기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며 "동남아 국가들은 다원적 외교를 통해 자율성 확보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 일본, 호주 등 중견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전략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은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와 관계없이 동남아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와 경제협력을 통해 관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며 지난해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에 이어 올해에 마련될 '행동계획'을 통해 "전략 협력 확대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