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콘서 새해 카운트다운…뉴욕 뛰어넘는 명소로 만들 것" [CEO&STORY]

2024-12-18

웬만한 민간기업보다 더 혁신을 추구하는 공공기관이 있다. 서울 경제의 핵심 축을 패션·뷰티로 잡고 유명 인플루언서(대규모 구독자를 보유하며 영향력을 미치는 온라인 유명 인사)와의 협업을 중시한다. 서울을 세계 5대 창업 도시로 도약시킨다는 일념으로 회사 간판에서 ‘산업’을 떼어내고 ‘경제’를 넣었다. 모든 부서에 ‘로봇 비서’를 배치하고 업무 효율화를 추구한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SBA) 이야기다.

창업 지원, 수출 지원, 인재 양성, 산업 거점 활성화, 뷰티 패션 산업 육성 등 서울 경제 발전과 관련된 모든 사업이 SBA의 업무다. ‘서울의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서울 경제 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1998년 창립 이래 일반적인 중소기업 지원 업무에 치중한 탓에 SBA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21년 11월 김현우(사진)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SBA는 완전히 다른 조직이 됐다. 김 대표는 한국장기신용은행·HSBC에서 쌓은 금융 지식과 보스톤창업투자 대표,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의 초기 투자자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3년 전부터 서울의 공공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보육) 총책임자로 변신했다. 올해 11월 연임이 결정되면서 1년 더 SBA를 이끌게 된 그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서울콘’을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뛰어넘는 글로벌 카운트다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전 세계에 없는 인플루언서 축제를 만들고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서울콘이 제일 의미 있었어요. CES(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든 모터쇼든 다 제조업 시대 프레임의 행사들이잖아요. 서울에서 전 세계 최초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박람회를 선보였어요. 주변에 서울하면 어떤 행사를 떠올리는지 물으면 답이 당장 나오지 않죠. 시간이 지나면 부산하면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리듯 서올콘이 서울하면 생각나는 전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3년간 최대 성과로 단연 ‘서울콘’을 꼽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서울콘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3000명이 넘는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글로벌 최대 인플루언서 박람회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3일간 58개국 국내외 인플루언서 3161팀을 포함해 10만 명이 참여하며 성황리에 개최됐다. 3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 15팀 등 외국인 인플루언서만 1345팀이 참여했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 날 자정 무렵 서울콘 행사 중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카운트다운은 서울콘 행사의 백미다. 시민, 인플루언서, K팝 팬 4000여 명이 동시에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모습이 인플루언서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김 대표가 서울콘을 기획하게 된 데는 CES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CES 2023 참관을 SBA가 주관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IT 강국인데 CES 같은 행사가 하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CES가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지만 원래 1967년 뉴욕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TV로 뉴욕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전자레인지·홈비디오가 처음 등장해 누구나 뉴욕에 가고 싶어했습니다. 서울에 가고 싶게 만들려면 서울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 행사가 필요한 거죠.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뭐가 있나 생각해보면 반도체가 있지만 재미도 없고, 모바일에서 가상현실(VR)이나 확장현실(XR)로 확장하는 IT 행사와 같은 확장성도 부족하죠. 중국 상하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오토쇼를 너무 잘하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안 하고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인플루언서 행사였죠.”

2022년 말 인플루언서 축제를 기획했지만 이미 2023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고 난 뒤였다. 주변에서는 ‘첫 행사까지 1년도 안 남았는데 큰 행사를 치를 수 있느냐’ ‘3000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를 오게 만들 수 있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9억 5000만 원의 예산을 따냈고 목표도 달성했다. SBA는 서울콘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1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콘 2024는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반향을 고려해 일정을 이틀 늘렸고 3500여 명의 인플루언서가 참여할 예정이다. 예산은 25억 원으로 줄었지만 민간 협력으로 45억 원을 유치했다. 김 대표가 직접 민간기업들을 만나며 발로 뛴 결과다. 입장권 3800장이 모두 소진되면서 판매 수익도 올렸다. SBA가 참가 인플루언서들에게 항공료 등 참가비를 지원해주지 않는데도 민간기업의 협찬으로 비용이 마련된다. 그는 “DDP 행사장 임대료 내고 대형 무대를 설치하면 그 돈만 20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족한 비용은 민간 참여로 채운다”며 “전시 제품들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전 세계로 홍보되기 때문에 참여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인플루언서에 주목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1인 미디어만큼 홍보 효과가 좋은 뉴미디어는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시청률에 인구수를 곱하면 시청자가 400만 명 정도로 산출된다”며 “지난 서울콘 때 인플루언서 유튜브·인스타그램·릴스 조회수가 한 달 만에 4억 3000만 뷰가 나왔으니 지상파보다 100배 홍보 효과를 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인 미디어 성지를 자처하고 있다”며 “서울이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가 카운트다운과 함께 ‘해피 뉴이어’를 외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지만 앞으로는 서울의 DDP를 글로벌 카운트다운 명소로 만들고 싶은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그는 “어렸을 적 미국 CNN 방송에 비춰지는 타임스스퀘어 모습을 보면 가족과 함께 현장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는 서울이 그런 곳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3년만 더 하면 전 세계 10대·20대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으로 서울 카운트다운을 보게 된다”며 “서울을 본 전 세계 청년들은 한국 화장품·전자제품·자동차를 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뷰티·패션 산업을 서울 경제의 주요 축으로 성장시키는 일도 김 대표가 신경쓰는 분야다. 그는 “울산이 자동차, 경기도가 반도체를 주력 산업으로 하는 곳이라면 서울의 주력은 뷰티·패션·콘텐츠”라며 “서울의 대표 산업은 자동차나 반도체가 아닌데 그동안 이 점을 등한시해왔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국내 뷰티·패션·콘텐츠 중소기업이 다 서울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아모레퍼시픽·SM엔터테인먼트·하이브에 가려진 90%의 중소기업들을 육성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SBA가 패션·뷰티 대표 사업으로 내세운 것이 ‘비더비(B the B)’다. 비더비는 SBA가 DDP에 조성한 뷰티 복합 문화 공간이다. 서울 소재 우수 뷰티 브랜드와 뷰티 테크 기기 기반의 개인 맞춤형 피부 분석 및 진단과 뷰티 제품 체험과 더불어 온라인 구매까지 가능하다. 서울의 유명 뷰티 브랜드의 이색적인 기획 전시도 지원한다. 김 대표는 “KTX역에 뷰티 전시 공간을 만들면 누가 가겠느냐”며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조성한 것이 비더비”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비더비에서 유망 중소기업 제품과 권오상 작가의 예술품을 함께 전시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권 작자는 에르메스·BMW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한 유명 사진조각가다. 예술품과 중소기업 제품을 동시에 체험하는 이색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150만 명이 다녀간 새 관광 필수 코스가 됐다. 김 대표는 “그동안 마케팅 바우처 구매에 썼던 1억 2000만 원으로 조각품을 만들었고 비건 화장품 등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조각품과 연계하는 마케팅 전략을 폈다”며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이 패션·뷰티 제품에 스토리를 입혀 히트를 쳤다”고 평가했다.

창업투자사를 이끌었던 김 대표에게는 2030년까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배출해 서울을 전 세계 창업 도시 ‘빅5’로 도약시키는 임무가 주어졌다. 미국 투자 정보사 피치룩이 선정한 ‘글로벌 창업하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서울은 300개 도시 중 올해 역대 최고인 9위를 기록했다. 1년 새 순위가 3계단이나 뛰었다. 그는 “창업 도시 5위 도약 계획을 SBA가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며 “서울의 창업 인프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창업 환경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BA는 올해 민간 투자 기관과 협력해 우수 창업 기업 134개사를 발굴하고 벤처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협의체를 구성을 통해 387억 원의 투자를 연계했다. SBA가 지원한 바이오 기업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인공지능(AI) 기업 사이냅소프트도 올해 8월 예비 심사를 통과하며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벤츠·에쓰오일·포스코 등 대·중견기업 94개사와 스타트업(창업 초기 회사) 사이에 254개의 비밀유지계약(NDA)도 체결했다.

김 대표는 “혁신 생태계가 건강한 나라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서울은 그 위상에 걸맞게 유니콘이 제일 많이 탄생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관이 함께 유망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서울 기업이 국가와 도시 브랜드를 키우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SBA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원하는 대·중견기업과 기술 스타트업을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BA가 운영하는 청년취업사관학교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디지털 신기술 분야 실무 교육부터 취·창업 연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평균 취업률 75%, 누적 취업자 수 2500명을 달성했으며 1자치구 1캠퍼스를 목표로 내년까지 25개의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된다고 하는데 기업들은 구직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이후 IT 분야에서는 미스매칭이 많은데 미스매칭 해소를 위해 청년취업사관학교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