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없을 때 20초 내 투구 않으면 ‘볼’
세계적 도입 추세 ‘피치클록’ 본격 적용
2024년 도입한 ABS 스트라이크존 조정
이적생 엄상백·심우준 몸값 할지 관심
‘풍운아’ 푸이그, 3년 만에 한국 컴백
신성 김영우·배찬승 ‘눈도장’ 찍을지
강백호·황재균 포지션 변화 효과 기대

한국 프로야구팬에게 가장 슬픈 날은 매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끝나는 날이다. 반대로 가장 기쁜 날은 다시 프로야구가 시작하는 날이다.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2025 시범경기가 8일 개막해 18일까지 팀당 10경기씩 총 50경기가 열린다.
시범경기 개막전은 KIA-롯데(부산 사직구장), LG-KT(수원 케이티위즈파크), 두산-한화(청주구장), SSG-삼성(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키움-NC(창원NC파크)의 격돌로 시작한다. 신축구장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의 역사적 첫 경기는 17일과 18일 삼성전이다.
이번 시범경기에는 새 시즌부터 도입되는 규정과 규칙을 적용해 정규리그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래도 역시 시범경기의 핵심 관전포인트는 이적생들과 새 외국인 선수, 스프링캠프를 통해 성장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팬들은 물론 각 구단 코칭스태프가 매의 눈으로 개막전 최종엔트리에 들어갈 자원 선별에 나선다. 잔류를 장담하기 어려운 선수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몸 사리지 않는 경기를 선보일 전망이다.

◆새 규정과 규칙 경기 변수 될까
올해 시범경기의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 시범경기 때 적용해 경기 시간이 24분 줄어든 효과를 본 ‘피치클록’의 본격 도입이다. 올해부터 투수에겐 ‘주자 없을 때 20초, 주자 있을 때 25초 내 투구’를 철저하게 적용한다. 타자는 33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포수는 9초가 표시될 때까지 포수석에 위치하고 타자는 8초가 표시될 때까지 양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끝내야 한다. 타석당 타임아웃은 두 번 할 수 있다. 이런 규칙을 투수와 포수가 위반하면 볼, 타자가 위반하면 스트라이크가 추가되는 제재를 가한다.
피치클록은 먼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도입했고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확대 적용된다. 경기 시간을 단축해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다.
다만 선수들 사이에선 시간체크 시작점이 불분명하고, 파울을 치고 전력질주했던 타자가 숨 고를 시간도 없이 타격을 준비해야 하는 것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시범경기를 거쳐 일부 손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은 현장 의견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했다. 지난해 높다고 생각된 공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많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ABS는 지난 시즌 타자의 키에 비례해 상단 56.35%, 하단 27.64%를 적용했으나 올해는 상단과 하단 모두 0.6%씩 하향 조정한다. 신장 180㎝ 타자를 기준 약 1㎝가량 스트라이크존이 아래로 내려가는 효과가 생긴다.
올 시즌 정규시즌부터 연장전은 기존 12회에서 11회로 축소 적용하며, 시범경기에선 연장전과 더블헤더, 취소 경기 재편성을 하지 않는다.
◆이적생·새 얼굴 기대만큼 잘할까
시범경기에서 팬들은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적생들과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신인 등 젊은 피의 성장 여부가 가장 궁금하다. 또한 포지션이나 보직을 변경하며 변화를 준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도 흥미를 끈다.
그중에서도 거액 몸값으로 팀을 옮긴 자유계약선수(FA) 이적생들의 팀 적응 여부를 관찰할 기회다. 투수 엄상백과 내야수 심우준에 128억원을 투자한 한화가 그 효과를 보여줄지가 우선 관심사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심우준을 1번 타자 유격수로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기에 공수에서 그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엄상백뿐 아니라 삼성으로 이적한 투수 최원태는 팀의 핵심 선발로 든든한 기둥이 돼야 한다. 반면 KIA에서 LG로 이적해 마무리로 낙점됐던 장현식은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커 아쉬움이 남는다.

트레이드로 이적한 KIA 투수 조상우와 두산 외야수 김민석도 주목받는다. 조상우는 장현식이 빠진 KIA 불펜의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민석은 시범경기를 통해 외야 주전 경쟁을 앞서 나가겠다는 각오다. 기대주였지만 3년간 부상으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KIA 내야수 윤도현과 NC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고 있는 한재환 등이 보여줄 호쾌한 타격도 기다려진다.
새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특히 KIA가 소크라테스를 내보내고 영입한 타자 패트릭 위즈덤의 기량이 베일을 벗는다. 3년 만에 복귀한 키움 야시엘 푸이그 역시 반가운 얼굴이다. 기대를 모았던 SSG 미치 화이트는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쉽다. LG 염경엽 감독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에 대한 기대감 속에 “외국인 원투펀치에 30승을 기대한다”고 말할 정도라 치리노스가 어떤 투구를 선보일지 궁금해하는 팬이 많다.
스프링캠프에서 바람을 일으킨 신인선수들도 지켜봐야 할 대상이다. 특히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 LG 김영우와 삼성 배찬승이 개막 엔트리 진입에 확인도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변신을 꾀한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시범경기의 재미다. KT쪽의 변화가 가장 흥미롭다. FA로 허경민이 오면서 주전 3루수 자리를 내준 황재균이 대표적이다. 체중을 10㎏가량 줄이고 스프링캠프에서 2루수, 유격수는 물론 외야 수비도 훈련한 그가 시범경기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포수 훈련에 집중해 화제를 모았던 강백호는 1번 타순에 배치될 전망이다. 빠른 발을 가진 타자가 아니라도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더 많이 타석에 서게 하겠다는 이강철 KT 감독의 생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두산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의 2번 타순 기용을 테스트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 선발로 보직을 바꾼 NC 투수 이용찬이 어떤 투구 내용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감독 데뷔전을 치르는 이호준 NC 감독의 전략과 용병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루수와 유격수 등 내야 센터라인 주전이 결정되지 않은 두산이나 개막 엔트리에 들 마운드 구성을 마치지 못한 롯데의 시범경기는 주전 자리 경쟁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진진한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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