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어린이 그림 같은데 매력이 있다. 색채 효과가 화면 가득하고 형태들의 묘사도 흥미롭다. 하늘과 출렁이는 강물은 노란색이고, 멀리 보이는 파란색 건물들은 노란 하늘과 대비를 이룬다. 길옆에 자리 잡은 나무들과 인도는 붉은색으로, 차도는 진한 초록색으로 덮여 있다. 어느 것 하나 현실에서 보는 색채와는 상관이 없고, 작가의 느낌에 따라 선택한 색들의 세계 같다. 정확한 형태 묘사도 찾을 수 없다. 굽은 길 위를 세차게 달리는 자동차와 마차는 기울어져 있어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야수파 화가인 앙드레 드랭 작품인데, 그가 1906년부터 1907년 사이 런던에 체류할 때 그린 채링 크로스 다리 근처 풍경이다.
야수파는 마티스의 색에 대한 열정에 공감하고 따랐던 12명의 젊은 예술가 그룹이었다. 마티스만이 30대였고 나머지는 모두 20대였던 만큼 미술의 전통에 비판적이었다. 색채를 야수처럼 사용한다는 경멸적인 평가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하지만 1905년부터 단지 3년 동안 지속되었을 뿐인데도 그 영향력은 입체파만큼 강력했고 20세기의 두 번째 사반세기 미술을 결정지었다. 입체파에서 기하학적인 추상미술이 이어졌다면, 야수파로부터 표현주의적 추상미술이 탄생했다.

야수파 화가들은 과학과 물질문명이 놀랄 만큼 발전했지만, 그것이 이루지 못한 신비의 세계가 있으며 예술이 그것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근법이나 고전주의적인 규범 같은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근거들을 없애려 했다. 그 대신 색채의 감각적인 표현과 선의 율동적인 흐름을 강조했다.
드랭은 야수파 화가 중 특히 색채의 효과에 심취했던 작가로 주목받았다. 당시 런던은 산업혁명의 후유증으로 공장의 매연 같은 환경오염과 빈부 격차로 인한 문제를 겪었고, 우울한 회색빛 정서가 지배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드랭이 이런 도시 풍경을 색채의 세계로 재해석해서 런던의 새 모습을 만들었다. 처음 볼 때는 낯설고 눈에 거슬렸던 위반들이 오히려 밝고 쾌활한 기분으로 젖어들게 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