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 민주화(knowledge democratization)'란 누구나 쉽게 정보·지식에 접근·활용·생성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의미한다. 열린 지식으로 신체 능력·외모(남녀노소·인종·피부색·장애)나 경제적 능력(소득·부) 차로 인한 정보·지식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컴퓨터·인터넷 보급과 정보·지식 디지털화로 정보(전송·저장·제작)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웹에는 블로그·동영상이 넘친다.
진정한 지식은 전문가 이름 석 자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온다는 확인은 동영상 제작에서 두드러진다. 주제는 부동산 투자나 여행 체험에서 영화 요약과 연예인 소식, 간단 조리법, PC 고장 수리까지 무궁무진하다. 본인이 직접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의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름 좀 있는 연예인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버가 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광고는 지상파에서, PP 채널로, 그리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갔다. 챗GPT의 정리·요약과 소라의 동영상 생성 기능이 가세하면서 한층 세련된 레벨까지 민주화는 진행 중이다.
그만큼 웹의 점염(點染)도 무시 못 할 지경이 되었다. 연애인 사생활 폭로와 같은 자극적인 옐로저널리즘이 판을 치고 편향된 시사 콘텐츠가 여과 없이 방출되면서 사회적 분열을 초래한다. 이는 기존 매체의 전략이기도 하지만,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온라인은 도가 지나치다.
취직 시계 제로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차곡차곡 저축해봐야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n 포 세대'는 현재를 중시한다. 디지털화로 상품과 투자 방식이 다양해졌고 젊어 기회가 많으니 투자도 과감하다. 그러나 일확천금의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투자 채널의 말처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개인이 돈 버는 기회란 노이즈로 흔들리는 시장을 제대로 읽거나 투자금을 인내로 오래 묵히는 정도다. 유튜버는 레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라면 소중한 정보를 불특정다수에 노출할 리 없고 제작의 기회비용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 때려치우고 가고 싶은 곳 마음껏 가서 즐기자!'라는 여행 유튜버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전세 빼서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챙기는 배당금이 10년에 한 번꼴로 닥치는 세계 경제위기를 제대로 버틸지 모르겠다. 여행의 기쁨은 출발 전 설렘이 반이고, 다니다 보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로 비범함은 평범해질 뿐이다. 다양한 방식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액면 그대로가 아닌 맥락과 위험을 곱씹어야 하는 콘텐츠가 그만큼 늘었다는 이야기다.
본인의 독해·분석·성찰 과정 없이 챗GPT 창작물이 양산되면서, 콘텐츠 질도 저하되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이 홍수처럼 쏟아지자, 아마존은 출판 등록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세계적인 학술 출판사 '와일리'는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작성 논문이 실린 저널을 다수 폐간했다. 단락별로 잘 요약한 듯하지만, 왠지 머리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블로그도 눈에 띈다.
지식 민주화는 양날의 검이다. 정보·지식에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자극적이거나 편향적인, 왜곡 소지가 농후한, 깊이가 얕은 정보·지식이 홍수 상태로 넘친다. 비판적 사고와 검증 능력을 함양해주는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일지 싶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