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547억, 신한 290억, 우리 270억 물려
충당금 적립 시 1분기 실적 영향 불가피
리딩은행 변수 충분 ... 은행간 격차 더 줄 듯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수백억원대 대출 및 채권을 내준 은행권이 홈플러스발(發) 유동성 관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권은 직접적인 손실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전부 충당금으로 적립하게 되는 경우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갈수록 주요 은행 간 순이익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서 홈플러스 여파는 올해 상반기 순위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홈플러스 익스포저는 국민은행이 547억원, 신한은행이 290억원, 우리은행이 270억원 규모 정도다. 하나은행, 농협은행은 현재까지 홈플러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익스포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운영자금, 지급보증 등을 통해 홈플러스에 자금을 융통해 줬다. 담보 설정 여부와 관련해선 담보 설정, 신용 보증 등 혼용된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져 세세한 부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가진 부동산 자산(4조 7000억원)을 고려하며 손실 우려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는 1조 4000억원 규모인데, 그중 1조 2000억원 정도가 메리츠금융그룹과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2000억원 정도를 은행과 신용보증기관 등이 나눠지고 있다"며 "은행별로 보면 제일 규모가 큰 경우라 하더라도 미치는 영향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가 물품 판매 등 현재 정상 영업 중이고 수익이 발생하는 상황이 때문에 당장의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자금 회수에 대한 큰 이슈는 없겠지만 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걸릴 경우 건전성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의 익스포저가 크지 않고 유통업 특성상 부동산 담보를 감안하면 원리금 회수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담보 처분에 따른 회수에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익스포저가 요주의나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분류됨에 따라 건전성 지표 악화, 소폭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은행들이 홈플러스 익스포저를 100%로 인식해 1분기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을 경우 각 은행은 수백억원을 대손비용으로 적립해야 한다.
통상 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의 채권은 고정이하여신으로 취급되며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0%다. 은행권이 1분기 홈플러스 익스포저를 반영할 경우 최소한 20%의 충당금을 적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각 대출의 담보 가치에 따라 회수 예상 가액을 산정해 충당금 적립액에 반영하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이 1분기 전에 결론을 내리게 되면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손실 처리가 이뤄지겠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선 충당금만 먼저 쌓아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도 예상된다. 통상 기업 신용등급 하락 시 채권의 일정 퍼센트를 충당금으로 적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에 익스포저의 상당 부분을 충당금으로 반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및 개시가 결정되자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낮췄다.
각 사의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지 않지만, 최근 은행 간 실적 경쟁이 더 치열해진 만큼 올 1분기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리딩뱅크의 순위를 가른 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충당금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실적 1위는 신한은행(3조6954억원)으로 2위인 하나은행(3조3564억)과는 3390억원, 4위인 우리은행(3조470억원)과는 6000억원대 격차 수준이다. 규모가 작진 않지만 한 해 전체 실적 대비 차이로 이는 일회성 비용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2022년에는 1,2위간 격차는 1200억원대였고, 1,4위간 격차는 2000억원대에 그쳤다.
홍콩 H지수 ELS 손실 보상이 충당부채로 인식됐던 작년 1분기 순이익 순위를 보면 신한은행(9286억원), 하나은행(8432억원), 우리은행(7900억원), 국민은행(3895억원) 순이다. 당시 국민은행은 손실보상에 따른 충당부채로 순이익 대거 빠지며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ELS사태와 달리홈플러스의 익스포저는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비슷한데다 자산규모 차이가 그치 않고 올해 이자이익 둔화하며 성장세가 제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금융사고 등 변수를 최소화 한 은행이 선두로 치고 나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경우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가 없는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의 선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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