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장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여부 종합 검토 중"
행복주택·태릉골프장 등 주민·지자체 반발로 무산
집 짓기 위한 그린벨트 해제, 더 이상 공감 얻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 근교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 해제를 본격 검토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지자체의 협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그린벨트 해제와 공공택지 지정 가능성만 열어두고 구체적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말 발표 예정인 추가 공급대책과 관련해 정부 내부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방안이 거론되면서, 과거 보금자리지구와 유사한 'GB지구' 지정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 등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어떻게 갈등 관리에 나설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25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연말까지 마련될 추가 주택공급 대책에 서울시 주변 그린벨트 해제와 GB지구 지정 추진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제지역 지자체 및 주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달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의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 검토는 전 정부인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원지동·내곡동 일대 서리풀지구(221만㎡)를 포함한 수도권 4개 지역의 그린벨트 및 난개발 우려지를 해제해 총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강남권 입지로 주목받는 서리풀지구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지구 지정 후 2029년 첫 분양을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당시 국토부는 올해 안에 약 3만가구 규모의 추가 그린벨트 해제 등 공공택지 확보 계획도 제시했다.
올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9·7 공급대책'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여부가 유보된 채 가능성만 열어둔 상태로, 연말 발표 예정인 추가 공급대책에 포함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그린벨트 해제지구 추진 가능성은 최근 여권 정치권을 시작으로 정부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HJ중공업 건설 부문 본사에서 열린 '국토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합동 주택 공급 TF' 및 'LH 주택공급특별추진본부' 현판식에서 추가 주택공급대책 발표 계획을 밝히며 그린벨트 해제지구 추진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으나 여러 어려움 때문에 잘 안 된 것도 공급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며 "노후청사 재개발·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4 대책'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등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반발과 특히 후보지 주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며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대해 김윤덕 장관은 "당시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발표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준비된 명확한 내용을 가지고 발표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에 남은 그린벨트는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달한다. 일부만 해제해도 도심 내 중규모 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김포공항 주변을 신도시로 조성해 주택을 공급한다는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같은 당 박원순 서울시장과 달리 당시 문재인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지구 지정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공공택지 지정을 추진했지만 서울시 반대와 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중단된 바 있는 노원구 태릉골프장(83만㎡) 및 육군사관학교 부지(67만㎡) 등이 가장 우선적인 후보지로 꼽힌다. 부동산 업계에선 인근 약 100만㎡ 규모 태릉선수촌까지 합칠 경우 주택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일대와 서초구 양재동 식유촌·송동마을, 송파구 방이·오금·마천동 그리고 강서구 김포공항(공항동·방화동) 인근도 그린벨트 해제지구 화두가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후보지역'이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지구 지정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입장 변화가 변수다. 오세훈 시장 체제의 서울시는 과거 박원순 시장 시절과 달리 그린벨트 해제 자체에 원칙적 반대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당 이슈가 정치 쟁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그린벨트 해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인 만큼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GB지구 지정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더라도 서울시를 포함한 야권 지자체장들이 선거 국면에서 정부 정책의 세부 조율 과정에 이견을 내며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GB지구 지정 후 주택공급 방향에 대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성 확대를 위해 공공택지 주택공급은 임대주택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지역 지자체나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박근혜 정부시절 정부가 청년 주거복지와 도심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행복주택의 경우 임대주택이란 점이 부각되며 주민들의 반발이 일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반발이 극심해지며 대부분 무산된 바 있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수도권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그린벨트를 주택공급의 희생양으로 삼는 발상"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개발을 주장해온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린벨트 해제지구 지정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신도시급 개발이 아닌 소규모 공공택지 조성을 위해 보호지역을 해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주거 공급과 함께 지역 성장 거점 조성 등 중장기 전략을 병행해야 주민·지자체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