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지만 뉴스가 아닙니다

2025-11-06

“안녕하세요,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지난 4년간 발행된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열었던 인사말이다. 뉴스를 요약해 전달하는 콘텐츠가 많던 뉴스레터 판에서 발행인 ‘김스피’는 단순 요약이 아닌, 틀을 깨는 질문을 던졌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시대라는데, 그게 21세기만의 문제였을까?’라는 식으로. 이어지는 건 질문에 딱 떨어지는 답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읽은 2~4권의 책에서 발견한 실마리를 소개했다.

이리저리 헤매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궤적을 원고지 90장 분량의 글에 담았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뉴스레터는 1만여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혐오·노동·환경·AI·미디어 등 문턱 없이 주제를 오가는 내용처럼, 학생·개발자·목사·주부·80대 은퇴자 등 다양한 이들이 글을 기다렸다. 더러는 몰랐다. 인스피아가 종합일간지 경향신문의 뉴스레터라는 것을.

김스피이자 경향신문 기자인 저자는 2021년 “뉴스레터를 추진할 예정”이라는 선배의 말에 “해보고 싶다”며 손을 들었다. “일을 사랑하고 싶어서”다. 2013년 입사한 그는 기자로서의 자신을 박하게 평가한다. “느리다. 눈치가 없다…” 약점이라 느꼈던 특질은 오히려 느린 호흡의 콘텐츠를 뚝심 있게 밀고 갈 힘이 됐다.

조직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4년을 경쾌하게 담았다. 저자는 아는 것을 안전하게 쓰지 않으려 했고, 전제를 깔지 않고 낯설게 접근하려 했다. 고민하면서도 즐거웠다. 언제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날 수 있기에,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인스피아는 지난 7월 종료됐다. 저자는 기사 쓰는 일로 돌아갔다. 이 분투기가 “당신이 어디서든 새롭고 엉뚱한 일을 수상한 방식으로 시도해 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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