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7월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아틀라스는 지금도 가장 많은 SF 팬들을 설레게 한다. 오우무아무아, 보리소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로 태양계를 찾아온 성간 천체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이번엔 진짜 외계인의 우주선일지 모른다며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물론 나도 여기에 착한 외계인이 타고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특히 이번엔 운이 아주 좋다. 이미 태양을 크게 스쳐지나가고 태양계를 벗어나던 중에 발견했던 오우무아무아 때와 달리 아틀라스는 멀리서 태양계를 향해 들어올 때 일찍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태양계에는 여기저기 인류가 띄워놓은 많은 탐사선이 우주 곳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덕분에 거리에 깔린 CCTV로 한 사람의 궤적을 추적하듯 목성, 화성, 태양과 지구 주변 곳곳에 깔린 다양한 탐사선으로 아틀라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분석할 수 있다. 그 결과 아틀라스가 대체 왜 이런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한 놀라운 힌트를 얻었다. 여기엔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우주의 놀라운 비밀이 담겨 있다!
최근 다양한 우주 망원경이 아틀라스를 겨냥하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우주 망원경 제임스 웹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NASA와 함께 제작한 SPHEREx도 있다. 이들 모두 적외선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하는데, 아틀라스에서 선명한 이산화탄소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런데 아틀라스에는 이산화탄소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물과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 함량이 7~8배는 더 많다. 일산화탄소도 상당히 많아 보인다. 물과 비교해서 두 배는 더 많다. 이건 상당히 독특하다. 대부분의 혜성은 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 얼음 덩어리에 다른 화학 성분이 미량 섞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물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훨씬 많이 품고 있다. 물론 이런 혜성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6 R2 혜성도 비슷했다.
아틀라스의 보기 드문 특징은 그 기원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남긴다.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어떻게 이런 화학 성분의 혜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원래부터 물보다 이산화탄소가 훨씬 많은 상태로 태어났을까? 아니면 고향을 벗어나 태양계까지 날아오는 과정에서 지금의 극단적인 모습으로 바뀐 걸까?
태양계를 벗어난 우리 은하 공간에는 사실 수많은 우주선이 쏟아진다. 은하 원반을 채우는 밝은 별의 자외선을 비롯해, 곳곳에서 터지는 초신성의 강렬한 섬광까지, 다양한 우주선 입자들이 은하 공간으로 쏟아진다. 성간 천체 아틀라스도 자신의 고향을 떠나 우리 태양계에 날아오기까지 이 우주선의 융단폭격을 그대로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우주선을 은하 간 우주선(Galactic Cosmic Ray, GCR)이라고 한다. 특히 아틀라스가 아주 오랫동안 여행한 존재라면 지금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설명된다. 오랜 세월 우주선 입자의 융단폭격을 맞은 혜성은 표면에서 가장 가벼운 수소가 모두 빠져나가버리고 물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이산화탄소는 훨씬 많이 살아남아 지금처럼 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모습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아틀라스는 우리 태양계보다 더 오래된 천체로 추정한다. 아틀라스의 유난히 빠른 속도와 궤적을 보면 적어도 이 천체는 74억 년 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긴 시간 동안 우주 공간을 누비고 다닌 아틀라스는 우주선 입자를 잔뜩 얻어맞았다. 그러면서 표면이 처음 만들어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전부 변질된 상태다.
아틀라스의 나이가 많아 고향 항성계의 탄생 순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석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져서 오랜 시간 우주를 여행하는 바람에 우주선의 융단폭격을 받아 전부 녹슬고 변질된 것이다. 우리가 태양계 끝자락에서 볼 수 있는 혜성과 모습이 많이 달랐던 이유다.

아틀라스가 긴 세월에 걸친 여정에서 얼마나 너덜너덜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아틀라스에서는 다른 혜성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탄소 사슬 분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태양계에서 발견되는 많은 혜성들은 물 얼음뿐 아니라, 탄소 여러 개가 모인 덩치 큰 분자도 많이 보여준다. 이것은 지구 생명 물질이 지구가 아니라 혜성에서 기원했을지 모른다는 판스페르미아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틀라스에는 이런 탄소 사슬 분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 우주선 입자를 잔뜩 얻어맞으면서 표면에 남아 있던 탄소 사슬 대부분이 끊어지고 파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유기 분자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틀라스에 외계 생명체, 외계인이 타고 있을 거라는 SF팬들의 기대를 오히려 저버리게 만든다.

지난 몇 주간의 길고 길었던 미국 정부 셧다운이 일단락되면서 NASA도 그간 밀린 다양한 탐사선 데이터를 서둘러 공개하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1호는 빠르게 움직이는 아틀라스의 흐릿한 모습을 포착했다. NASA의 또 다른 화성 궤도선 MRO도 평소라면 화성 표면을 향했을 카메라를 크게 하늘 쪽으로 돌려서 길게 늘어진 아틀라스의 흐릿한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런 탐사선들은 애초에 화성 표면을 관측할 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멀리 하늘을 가로질러 빠르게 날아가는 아틀라스의 모습을 아주 선명하게 찍는 건 무리다. 한편 유럽의 ExoMars도 아틀라스를 쭉 겨냥했는데, 선명한 사진까지 담지는 못했지만 이를 통해 아틀라스의 궤도를 이전에 비해 10배나 더 높은 정밀도로 추적할 수 있게 해주었다.
화성 주변을 맴도는 궤도선뿐 아니라 화성 표면에 눌러앉은 착륙선도 아틀라스를 포착했다. 화성 착륙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MastCam을 통해 화성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아틀라스의 모습을 포착했다. 사진 속 거의 보일 듯 말 듯한 흐릿한 얼룩이 바로 아틀라스다.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것을 화성에서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기분이 든다.

더 흥미로운 데이터는 2025년 9월 MAVEN의 관측 결과다. MAVEN은 아틀라스에서 수소 원자의 존재를 포착했다. 이 탐사선은 탑재된 자외선 이미지 분광기를 사용했다. 원래는 화성 하늘을 가로지르는 아주 좁은 슬릿에 들어온 빛을 파장별로 분해해서 스펙트럼을 관측하는 장비다. 천문학자들은 아틀라스에서 선명한 수소 선에 주목했다.
MAVEN의 사진에서 세로 방향은 하늘에서 아틀라스의 위치를 나타낸다. 가로 방향은 서로 다른 파장을 나타낸다. 사진 속 파란 얼룩이 총 세 개 보이는데, 아틀라스에서 방출된 수소 선은 가장 왼쪽에 희미하게 찍혀있다. 그 옆의 오른쪽 더 밝은 두 얼룩은 각각 화성 너머 심우주 자체에서 방출되는 수소 선, 그리고 화성 가까이에서 방출되는 수소 선이다. MAVEN은 화성 곁을 맴돌기 때문에 화성보다 상대 속도가 가장 느리다. 따라서 화성에서 나오는 수소 선이 가장 선명하게 찍혔다. 반면 탐사선보다는 60km/s의 속도로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파장이 크게 치우치는 도플러 효과를 겪었고, 그래서 확연하게 파장이 다른 가장 왼쪽에 그 흔적이 남은 것이다.
지상의 거대 전파망원경 어레이 MeerKAT은 심지어 아틀라스에서 전파를 포착했다. 물론 외계인이 내보내는 방송 전파는 아니다. 오히려 미어캣의 관측은 아틀라스가 확실히 물 얼음으로 얼어 있는 혜성 덩어리라는 사실을 지지한다. 이 전파는 산소 하나, 수소 하나로 이루어진 하이드록실기 라디칼에서 나오는 전파이기 때문이다. 물 분자가 태양의 강렬한 자외선을 받아 쪼개지면서 만들어지는 흔한 성분이다. 혜성이 태양 근처를 가까이 스쳐지나갈 때 흔하게 나타나는 화학 성분이다.
지난 주 아틀라스는 궤도 상에서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 근일점을 스쳐지나갔다. 당시 표면에서 가스 분출이 가장 활발했고, 항상 태양을 향하던 태양 관측 망원경 SOHO, PUNCH, STEREO도 운 좋게 밝게 빛나는 아틀라스의 모습을 연이어 포착했다.
태양계 소행성과 다른 행성을 향해 떠나고 있는 탐사선들도 서둘러 아틀라스를 바라봤다. 소행성 프시케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프시케 탐사선도 마침 아틀라스 근처를 지나갔다. 아틀라스까지 거리가 고작 0.3AU로 좁혀졌고 그 모습을 추적했다. 프시케의 이미지도 아틀라스의 궤도를 더 정밀하게 추적하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소행성 탐사선 루시도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아틀라스를 겨냥했다. 특히 루시 탐사선의 남다른 위치 덕분에 다른 망원경들과 달리 거의 90도 틀어진 다른 방향에서 아틀라스를 볼 수 있었다. 아틀라스의 몽타주를 보다 다양한 방향에서 골고루 얻을 수 있었다.
현재 목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목성의 얼음 위성 탐사선 JUICE도 혜성의 꼬리 부분을 통과하면서 일부 데이터를 수집했다. 다만 현재 거리가 꽤 멀고, 탐사선이 데이터를 보내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에 이 관측 데이터는 앞으로 2026년 2월쯤 되어야 지구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아틀라스가 없었다면 이 탐사선들은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할 때까지 그저 재미없는 지루한 여정을 이어갔을 테지만, 예상치 못한 미스터리한 방문자가 태양계로 불쑥 찾아온 덕분에 더 일찍 쓸모를 갖출 수 있었다.
몇몇 뉴스에서 잘못 알려진 이야기 하나가 있는데, 아틀라스가 지난 며칠 사이에 강렬한 태양 빛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산산조각 나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산산조각 난 주인공은 C/2025 K1 ATLAS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성간 천체 아틀라스를 발견한 망원경과 동일한 망원경으로 발견된 또 다른 혜성이다 보니 이름이 같아서 생긴 일종의 해프닝이다. C/2025 K1 ATLAS는 2025년 11월 13일 여러 조각으로 산산조각 난 것이 맞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성간 천체 아틀라스는 아직 거뜬하다.
태양계 전역에 깔린 수많은 탐사선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모두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는 천체가 또 있었을까? 아틀라스의 방문 덕분에 우리는 태양과 지구, 그리고 화성과 목성, 소행성에 머무르거나 그곳을 향해 가는 태양계 곳곳에 깔린 탐사선, 망원경, 카메라를 총 동원해 하나의 타깃을 계속해서 겨냥하고 관측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천문학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틀라스에 실제 외계인이 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 속 모노리스처럼 우리 인류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더 높은 수준의 과학적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다양한 망원경, 카메라로 관측한 데이터를 통해 아틀라스에서 배우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태양계 바깥 우주 공간, 우리 은하 공간은 생각보다 가혹하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아틀라스가 적어도 74억 년보다 오래된 천체일 거라 추정한다. 우리 태양계보다도 나이가 많다. 그리고 그 고향 항성계가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의 물질을 그대로 간직한 얼음 창고, 화석과 같은 천체일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관측으로 확인한 아틀라스의 상태는 그 기대를 벗어났다. 지난 수십억년 의 세월 동안 우리 은하 공간을 가로질러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우주선 입자의 융단폭격을 얻어맞고 변질된 상태다. 다시 말해 원래의 모습이 아닌, 우주선 입자로 벗겨지고 또 새로운 부산물로 코팅된 상태라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아틀라스는 원래 자신이 살던 고향의 기억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대신 태양계 바깥 은하 공간이 얼마나 혹독한 공간인지를 증명할 뿐이다.
최근 완공돼 첫해 관측을 이어가고 있는 베라 루빈 천문대는 거대한 눈동자로 앞으로 매년 이런 성간 천체만 70개 이상, 최대 100개까지 발견할 거라 기대한다. 그 정도로 많은 성간 천체를 계속 발견하게 된다면, 이제 성간 천체는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게 될 것이다. 아직 오우무아무아, 아틀라스가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천체를 본 경험이 너무 적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망원경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1년 사이에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성간 천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이들은 더 이상 신비롭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오히려 너무 흔해서 새로운 성간 천체가 발견되어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그 누구도 매일같이 발견되는 성간 천체에 혹시 외계인이 타고 있지는 않을까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태양계 끝자락이 순수한 우리 태양계 구성원보다 사실은 더 많은 외부 방문자로 가득한 세계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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