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나 상품의 홍보를 위해 ‘마케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때로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담당자에 따라 브랜드를 홍보하는 톤앤매너가 다르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방향성이 제각각인 경우가 있다. 통일성을 갖고 꾸준히 하기도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데이터다. 담당자는 자신의 마케팅을 데이터로 살피고 결과 또한 데이터로 추적할 수 있어 원하는 메시지를 일관된 톤으로 꾸준히 내보낼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한 마케팅 데이터는 또 다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 이탈을 막거나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데 참고할 수 있다. 마케팅과 전략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인슈어테크 기업 아이지넷은 마케팅과 전략을 하나로 묶었다. ‘그로스전략실’은 마케팅과 회사의 큰 그림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제품, 인사 관련 팀과 함께 협의체를 꾸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해당 프로젝트로 이탈 고객을 잡고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1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아이지넷 사무실에서 최한식 아이지넷 그로스전략실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14년 출범한 아이지넷은 보험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 보닥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그로스전략실은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대
가장 큰 업무는 마케팅이지만 더 큰 업무로 ‘그로스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협의체는 그로스전략실을 포함해 프로덕트 부서, 운영팀, 인사평가를 하는 피플팀이 모여 전사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성과를 평가한다. (나는) 그로스협의체의 리더를 맡고 있다.

그로스협의체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프로덕트를 개선하다보면 편향성이 생길 수 있다. 특정 사용자층 활동 지표에 따르다 보면 서비스나 기능이 편향성을 갖게 된다. 이 경우 프로덕트 시장 핏(fit)이 점점 줄면서 사용자 성장이 멈춘다.
이런 문제로 지난 2023년 마케팅팀에서 사용자 이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탈 사용자가 어떤 페인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는지 지속적으로 분석했다. 반면 내부 지표만 보는 프로덕트 부서 입장에서는 이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어떻게 하면 (부서간) 의견 불일치를 조율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플랫폼 사업에 대한 전반적 책임을 지자는 의도에서 마케팅 실을 그로스전략실로 확장하게 됐다.
이탈 사용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당시 보험 산업의 생애주기를 나눴고,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벤트로 ‘보험 사용’을 꼽았다. 사용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보험 사고에 따른 보상을 받을 때에 해당된다.
훨씬 많은 이벤트를 해야 사용자가 유지될 수 있다는 데이터를 확보, 고민 끝에 사용자가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손해사정사 매칭을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또 사용자가 놓친 보험금을 조회해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했고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앱 재방문율이 늘어났다.
그로스전략실에서 제품 고도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같은데, 여러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고객의소리(VOC)를 주로 참고한다. 또 주기적으로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설문조사를 한다. 사용자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시장에서 놓치고 있는 서비스와 기능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격락손해보상 지원 서비스가 있다. 본인이 내지 않은 교통사고로 인해 차량의 가치가 떨어진 경우 보상을 받는 것인데 이 경우 보험사의 약관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소액사건 심판을 통해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사용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서비스에 별도 게시판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구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교통사고에 따른 자동차 시세 하락에 따라 얼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협의체를 운영하다보면 여러 부서에서 이견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조율하나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의점을 찾는다. 그로스전략실의 성과지표(KPI) 중 하나가 플랫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앱에 광고를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기획하는 부서의 입장에서는 사용자경험(UX)을 해치는, 역으로 KPI에 반대되는 행위가 된다.
이때 그로스전략실은 광고 사업을 뒤로 미루자고 하되, 또 다른 광고상품인 외부제휴 광고보험 상품 판매를 제안할 수 있다. 기존 상품 탭을 걷어내고 각 보험사 다이렉트 보험 상품을 가져와 협의를 했다. 이렇게 했을 때 사용자도 필요한 보험을 제공받을 수 있어 UX를 해치지 않을 수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 당 보통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
프로젝트 크기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최소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다보니 비즈니스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것 위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긴 프로젝트는 최장 2~3개월 정도 걸린다. 짧은 건 2~4주 정도.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아이템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가장 큰 것은 AI 프로젝트로 현재 시제품 완성 단계다. 생성형AI로 만든 AI보험 컨설턴트다. 아이지넷은 건강 정보 연동으로 의료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AI에 학습시켜 사용자가 질병, 상해 등을 입었을 때 예상 보장을 진단해준다.
가령 40대 남성 A씨의 향후 10년 내 암 발병 확률이 몇 퍼센트이며 발병 시 치료비, 생활비가 얼마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 보장 금액이 얼마, 최종적으로 보험상품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등을 AI가 알려주는 서비스다.
중요한 것은 할루시네이션을 없애는 것이다. 아이지넷 기술 연구소에서 개발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적용했다. 우리가 생성한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답변을 해주는 기술로 기존에 잘못 학습된 데이터를 가져와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요가 얼마나 있나
기본적으로 전국민 98%가 보험에 가입돼있다. 이 중 60%는 본인의 의사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요즘 태아보험이라고 태어나기 전부터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출산을 하면 보험을 선물해준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개선하고 싶은 수요가 있는 인구를 2000만명으로 보고 있다.
아이지넷의 그로스전략실은 다른 기업의 마케팅실과 달리 업무의 영역이 넓은 것 같은데 이때 장점이 무엇인지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기존 마케팅 부서는 광고 활동을 주로 한다. 콘텐츠를 배포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홍보하는 것이 그 예인데, 각 채널 담당자마다 톤앤매너가 다르고 방향성이 다른 경우가 있다.
반면 아이지넷의 그로스전략실은 콘텐츠를 발행하면 데이터를 공유한다. 각 담당자가 한 활동이 실제 비즈니스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 강한 응집력, 목표달성에 대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올해 목표는?
지금까지 ‘아이지넷, 보닥이 어떠한 서비스’라는 포지셔닝이 불투명했다. 이것이 장점이자 약점이었다. 사용자가 봤을 때 새로운 서비스였을 수 있지만 이제 그 단계는 지났다.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보고, 이를 올해 안으로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