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찬규(33·LG)로 충분했다. LG가 홀로 9이닝을 책임진 임찬규를 앞세워 개막 4연승을 질주했다.
LG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안정된 선발은 LG가 개막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주요 원동력이다. 1선발 치리노스의 6이닝 2실점 역투를 시작으로, 손주영(7이닝 무실점)과 에르난데스(7이닝 무실점)가 호투 행렬에 동참했다.
임찬규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뛰어났다. 임찬규는 9이닝간 총 100구를 던져 2안타 2사사구 5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구속은 아주 빠르지 않지만, 날카로운 변화구와 제구로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특별히 위기 상황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도 없었다. 2회 황영묵에게 볼넷을 내줘 첫 출루를 허용한 임찬규는 4회 2사에서 노시환에게 첫 안타를 맞았다. 7회 2사가 돼서야 채은성에게 이날 2번째 안타(2루타)를 허용했다.
임찬규가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킨 사이 타선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0-0이던 3회 신민재가 한화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친 뒤 홍창기 타석에서 도루에 성공했다. 홍창기가 진루타로 신민재를 3루까지 보냈고, 문성주가 희생 뜬공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4회에는 4번 타자 문보경이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솔로포로 추가점을 뽑았다. LG는 6회 바뀐 투수 주현상을 공략해 2점을 더 보탰다.

8회까지 87구를 던진 임찬규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임찬규가 불펜 문을 열고 그라운드로 나오자 LG 팬들은 임찬규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재등장을 반겼다.
임찬규는 첫타자 김태연을 3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문현빈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투수 정면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직접 잡았다. 아웃 카운트가 추가될 때마다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임찬규는 마지막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하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채웠다.
임찬규의 완봉이 확정된 순간, 2만375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에서 이날 가장 큰 환호성이 쏟아졌다. 2011년 LG에 입단한 임찬규의 데뷔 첫 완봉승이었다.
임찬규는 경기 후 “완봉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르진 않았지만,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기록”이라며 “많은 팬분 앞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