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진화된 ‘대구 산불’, 인명피해도 없었다…경북 산불과 달랐던 점은

2025-04-29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지난 28일 발생한 대형 산불이 23시간 만에 진화됐다. 밤새 헬기가 투입되는 등 진화자원이 집중됐고, 바람이 잦아들면서 산불 확산이 주춤한 결과다. 다수의 피해자를 냈던 지난달 경북 산불과는 달리 산림·행정당국의 발빠른 대피 조치와 민가 보호 대책 덕에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9일 오후 1시쯤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대구 산불은 전날 오후 2시1분쯤 함지산 9부 능선에서 발화해 4시간만에 ‘대응 3단계’ 규모의 대형산불로 번졌다.

발생 하루 만에 진압됐어도 산림 피해는 컸다. 산림청은 산불영향구역이 260㏊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축구장 364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잿더미가 됐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면서 발화 초기 급속히 산불이 확산된 탓이다. 산불 당시 대구지역(군위군 제외)에는 건조 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11~15m에 달했다.

산불 첫날 불길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동쪽으로 번져 1~2㎞ 떨어진 조야동과 공동주택이 밀집한 서변동 등을 위협했다. ‘경북 산불’ 때와 같이 불똥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비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북구 관계자는 “바람 방향에 따라 함지산에서 직선거리로 5~6㎞가량 떨어진 팔공산 국립공원까지 번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불이 도심 주변 야산에서 발화해 규모가 커졌음에도 비교적 진화가 빨리 이뤄졌고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안긴 ‘경북 산불’을 교훈 삼았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야간 진화작업이 가능한 수리온 헬기(담수 용량 2000ℓ) 2대를 밤새 투입한 것이 주효했다. 수리온 헬기 2대가 동시에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상에서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등 전문 인력과 고성능 산불진화차량이 밤사이 산불 확산을 최대한 저지했다.

산림당국은 날이 밝자 진화헬기 53대를 집중 투입했다. 산림청이 보유한 8000ℓ급 진화 헬기 7대 중 5대가 현장을 누볐다. 다른 지역에서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하지 않아 진화자원이 집중됐다. 전날에 비해 바람이 잦아든 것도 도움이 됐다.

산불확산 예측시스템을 활용해 미리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산불 초기 약 2200여 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몇 시간 뒤에는 3400여 명에게 추가 대피령을 내렸다. 소방당국 등은 주변 요양원에 입소 중인 고령자 61명을 직접 안전한 보호시설로 대피시켰다. 주택 밀집지역에는 산불 지연제를 뿌리고 방화선을 구축해 LP가스 충전소 등 주요 시설로 불길이 번지는 것도 막았다.

진화가 완료됨에따라 발화 원인을 가리기 위한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구 북구 특별사법경찰관은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해 대구강북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불 발생 지점은 등산로가 아니며, 평소 주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농로로 파악됐다. 텃밭 경작 등을 이유로 해당 농로를 왕래하는 주민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곳은 대구시가 지난 1일부터 행정명령을 내려 입산을 통제하고 있었다.

최초 신고자인 농민 A씨(60대)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보니 연기가 확 올라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화 지점은 소방수와 흙으로 뒤섞여 참고할 만한 단서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문에 산불 발화 원인이나 용의자 등을 특정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대구시와 산림당국은 “자연발화 가능성 적은 것으로 본다”며 “수사를 진행해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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