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 개관의 의미

2025-02-24

2019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본 빈 필의 공연을 잊지 못한다.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가 지휘하고 예핌 브론프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곡에서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정보가 만화경처럼 객석으로 쏟아져 내렸다. 클래식 전용홀인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음향이 이런 체험에 한몫했다. 이 멋진 경험을 ‘제2의 도시’ 부산에서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빈 필이 대구는 가지만 부산엔 안 간다”는 말도 있었다. 음향 좋은 콘서트홀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 2년 뒤 2021년에는 드디어 리카르도 무티가 빈 필을 이끌고 부산에 갔다. 빈 필의 최초 부산 공연. 그러나 장소는 음악홀이 아니라 컨벤션센터인 벡스코였다. 부산의 전용홀이 아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드디어 부산콘서트홀이 6월 20일 정식 개관에 앞서 지난 17일 언론에 공개됐다. 부산시민공원 안에 있는 부산콘서트홀은 부산광역시 사업소인 클래식부산이 운영한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대공연장(2011석)과 소공연장(400석)으로 이뤄졌다.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프라이부르거사 제조)이 설치된 클래식 전용홀이다. 빈야드(포도밭) 형태의 대공연장은 객석의 외형도 파도치듯 역동적이다. 객석 의자도 예술의전당·부천아트센터에서 채택한 고토부키사 제품을 썼다. 시민들뿐 아니라 부산을 찾는 전국 음악애호가들에게도 기쁜 소식이다.

주변 클래식 전용홀 중에는 경남 지역에 통영국제음악당이 있다. 2013년 개관 이후 음향이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요즘도 수많은 음반 녹음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음향도 인정을 받는다면 통영과 선의의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콩쿠르라는 확실한 콘텐트를 가진 통영국제음악당처럼 부산콘서트홀에서도 홀의 얼굴을 삼을 수 있는 내실 있는 페스티벌이 생겨나야 한다. 공연의 출연진과 내용이 우수하다면 전국의 음악팬들을 부산으로 향하게 하고 공연장의 가치와 부산시민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6월 개관 페스티벌 때 아시아필하모닉, 9월에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 10월에는 런던 필, 11월에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각각 부산콘서트홀을 울린다. 세계음악의 뜨거운 현황을 식지 않고 접할 수 있는 관문이 될 전망이다. 그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동시대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부산의 재능과 예술혼을 담아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부산콘서트홀 개관이 부산지역의 예술교육과 인프라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부산의 영재를 발굴하고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인큐베이터의 의미에서 소공연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클래식 전용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악기이다. 훌륭한 악기 소리는 자꾸만 듣고 싶어진다. 클래식 공연의 공간감과 생생한 악기의 소리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발걸음을 홀로 돌리게 된다. 그 습관의 시작이 될 6월, 부산에서 듣게 될 새로운 소리를 기대해본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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