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과 컴퓨터 기술 발달로 우리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인터넷과 플랫폼 시대에 살고 있다. 플랫폼은 일종의 정거장으로, 이곳에서는 재화와 서비스 거래를 비롯 다양한 형태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가상의 공간에서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으며, 대량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규제 방식과는 다른 형태 규제가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력 억제를 위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은 가상의 공간을 기반으로 형성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물리적 공간을 전제로 한 기존 시장과는 차별점을 가진다. 과거 독점 방지를 위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나 AT&T 같은 기업을 물리적으로 분할하는 정책이 가능했지만, 인터넷상 플랫폼을 동일한 방식으로 쪼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면서 공정한 경쟁 문제,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 갈등, 플랫폼과 노동 제공자 간 분쟁 등 다양한 형태 불공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었던 리나 칸(Lina Khan)의 '아마존 규제의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에서도 플랫폼 규제 어려움이 지적된다.
전통적인 공정거래법에서는 독점사업자가 약탈적 가격 설정을 통해 초과이윤을 얻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 시카고학파는 독점적인 시장구조가 존재하더라도,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 후생이 명확히 증가하는 경우라면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소비자 후생 이론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빠른 배송과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점을 근거로 플랫폼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플랫폼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일대일 타깃 마케팅과 광고에 활용하며, 실시간 가격 조정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다크 패턴과 같은 기법을 통해 이용자를 조작하거나 조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플랫폼이 가짜 뉴스와 특정인을 조작한 음란물을 유통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플랫폼 규제법은 일정 기준 이상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 끼워팔기,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행위를 규제하는 제도다. 공정거래 당국이 불법 행위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반박하는 증명책임을 지게 된다.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규제를 위해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DMA)과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DSA)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법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 이용자 데이터 접근성 확대, 공정한 디지털 시장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여전히 크다. 특히 미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법이 통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가짜 뉴스와 음란물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법령 개정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플랫폼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를 포함한 데이터 규제법 제정은 인권 보장과 관련 산업 발전 등 다양한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가와 사회 전체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신종철 가천대 법학과 초빙교수 psjc28@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