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과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랑스 보수 진영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극우 세력과는 손을 잡지 않는다는 프랑스 정치권의 불문율을 실제로 깰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펴낸 회고록 『수감자의 일기』에서 르펜 의원에게 내년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극우 세력을 저지하기 위한 ‘공화국 전선(좌우 세력이 극우 견제를 위해 연합하는 것)’을 결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소속된 보수 공화당은 정통 보수 정당이다. 한때 중도좌파 사회당과 함께 프랑스의 양대 정당을 이뤘지만, 반(反)이민 정서와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힘을 크게 잃었다. 지난해 총선에선 범여권과 RN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세를 만회하기 위해 극우 RN과 연대할지를 두고 내분을 겪고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RN과 많은 의견 차이가 있다”면서도 “공화당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배척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중도 연합 앙상블 소속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수감 나흘전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났다고 밝히며 ”(마크롱 대통령이) 교도소 내 안전 문제를 우려했지만 이제 와서 그걸 걱정하는 건 너무 늦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에게 더 안전한 다른 교도소로 옮길 것을 제안했지만, “마크롱에게 ‘특혜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고 어떤 변경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수감된 감옥 옆방에 경찰 간부 두 명이 배치돼 24시간 내내 보호를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 르몽드는 “공화당이 RN과 손잡으면 RN에 흡수될 것”이라며 “이 놀라운 태도 변화 속에서 사르코지의 사업적 이익과 개인적인 감정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친구이자 억만장자인 뱅상 볼로레는 우파와 극우파의 통합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고,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라가르데르 그룹에서 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르코지의 이번 회고록도 라가르데르 그룹의 출판 계열사에서 출간했다. 르몽드는 “사르코지는 공화당이 자신을 별로 응원하지 않아 분노했지만, 르펜은 사르코지의 말대로 ‘용감하게’ 지지해줬다”고 전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측근들이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수백만 유로의 불법 자금을 받는 걸 방조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지난 9월 파리 라상테 교도소에 수감됐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수감당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지난달 조건부 석방됐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간 수감 생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감방이 마치 ‘싸구려 호텔’ 같았다며 플라스틱 베개와 매트리스가 돌처럼 딱딱했다고 불평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돈인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미국대사가 자신에게 면회를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쿠슈너 대사도 과거 탈세 등의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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