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론가로서 챙겨야 할 직업적 의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차트 점검이다. 나는 매주 빌보드(사진)를 검색하고, 멜론 차트를 체크한다. 현대 대중음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보통 차트를 객관적 지표로 간주한다. 반면 평론가의 관점은 객관적일 수 없다. 매일 최소 10만곡이 발매되는 시대다. 취향이 갈수록 세분화하는 속에 평론이 겨냥해야 할 최선의 목표는 분명하다. ‘자신의 관점을 잘 설득하는 것’이다.
차트 순위 역시 객관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자생적이라고 여기는 음악가의 성적조차 철저한 계획의 산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DJ에게 뇌물을 주고 선곡을 청탁하는 행위가 1980년대까지 버젓이 이뤄졌다. 1959년 법의 철퇴를 맞긴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걸 페이올라(Payola)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후반 빌보드 차트 디렉터 빌 워들로가 음반사로부터 받은 뇌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워들로에게 돈을 찔러주면 1위 곡으로 보답했어요.” 음반사 간부의 실제 증언이다.
음반사로부터 돈을 받아 라디오 DJ에게 건네는 프로모터 연합도 존재했다. 이 연합은 특히 1980년대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비용은 곡당 1만달러였고, 마이클 잭슨 같은 메가 스타는 10만달러까지 썼다. 중소 규모 인디 레이블은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인디 관계자의 증언은 이렇다. “프로모터 연합과 접촉할 수 없었어요. 라디오에서는 노래가 안 나왔고요.” 이것이 바로 1980년대에 화려한 주류 팝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의 경우 사재기 논란이 있었던 게 불과 몇년 전이다. 심지어 2020년에는 두아 리파, 에드 시런 등과 관련해 페이올라가 의심된다는 기사도 나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차트가 객관적이라는 건 환상이다. 허상이다. 착각이다. 차트의 역사는 생각 이상으로 ‘만들어진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