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삶과 현실 렌즈에 담아온 여성사진가
이중섭미술상,고정희상, 양성평등문화상 등 수상
삼청동서 사진전문 화랑 트렁크갤러리도 운영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국내 페미니즘 사진의 개척자인 박영숙 작가가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박영숙 사진가는 '마녀' '미친년 프로젝트' 등을 통해 가부장적 시대의 여성의 삶과 현실을 렌즈에 담아온 1세대 페미니즘 작가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한 박 작가는 재학시절인 1961년 '현대사진연구회' 멤버로 활동하며 국내 여성사진계를 이끌었다. 1962년 학교 내 사진 동아리 '숙미회(淑美會)'를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1986년 숙명여자대학교 산업대학원을 졸업한 박 작가는 1988년 페미니즘 그룹인 '또하나의문화'의 동료 작가인 윤석남, 정정엽, 김진숙 등과 함께 '우리 봇물을 트자'라는 타이틀로 작품전을 개최하며 '여성주의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박영숙은 1999년 남성 우월주의 사회 속에서 여성에 덧씌워진 굴레를 전복시키기 위한 '미친년들 시리즈'를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다. 그가 타이틀로 내건 '미친년'은 '순종적인 여성' '지고지순한 어머니'라는 고착화된 개념의 한국적 젠더의식을 타파한 여성을 가리킨다. 박 작가는 '여성사진작가협회'를 만들고 회장을 맡아 한국 여성사진가들의 활동을 독려하기도 했고, 2006년부터 10년간 서울 삼청동에서 사진 전문 갤러리인 '트렁크갤러리'를 운영해 신진작가 발굴과 육성에 힘쓰기도 했다.
박 작가는 고정희상, 이중섭미술상, 여성신문 주관 양성평등문화상(여성문화예술인 후원 부문) 등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1960년대에 촬영한 사진연작 '장면들'이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에서 아라리오갤러리에 의해 선보여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양호 씨와 2남(최시영, 최하영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월 8일 오전 4시.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