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튀르키예가 2050년까지 20GW(기가와트) 규모의 에너지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시노프 제2원전 사업의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체코 원전 수주 이후 날개를 단 ‘K원전’이 이번 튀르키예와의 MOU 체결로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아프리카 진출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이날 튀르키예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 대통령궁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자력 외에 보훈과 도로 인프라 협력 MOU를 차례로 체결했다. MOU 체결 이후 공개한 공동 언론 발표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시노프 원전 사업 추진에 남은 세부 평가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양국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안전 운영 역량이 튀르키예의 원전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MOU를 통해 양국은 원자로 기술과 부지 평가 및 규제·인허가 등 협력 범위를 전방위로 넓혀 앞으로 공동 워킹 그룹을 가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노프 제2원전 사업에 한국은 부지 평가 등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게 돼 사업 수주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도 “튀르키예가 추진 중인 ‘시노프 원전 프로젝트’ 입찰에 한국전력공사가 뛰어들었다”며 “우리 원전 사업의 우수성·경쟁력을 잘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해 수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프라 분야 MOU에는 튀르키예 도로청 발주 도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중동·유라시아 등 제3국에서 추진되는 도로 민관(PPP) 사업에도 공동으로 진출하도록 했다. 한국전 참전국인 튀르키예와 보훈 분야에서도 MOU를 맺어 한국전 참전 용사와 단체, 후손에 대한 예우와 교류도 증진시킬 예정이다.
MOU 체결 분야뿐만 아니라 양국은 방산·바이오·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을 포함해 첨단 과학기술을 망라한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방산 분야의 공동 생산, 기술 협력, 훈련 교류 등에 있어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튀르키예 정부가 추진하는 혈액제제(혈장치료제) 자급화 사업에 참여한 SK플라즈마를 중심으로 협력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 CS윈드와 튀르키예 에네르지사의 풍력발전 협력 MOU를 언급한 이 대통령은 “각 분야별로 실질적인 협력의 진전 사항을 점검하고 이행하기 위해 양국 간 경제공동위원회도 10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이번 순방의 전반적인 성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장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다”며 “실제 (수주 등의) 결과가 조만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18일 UAE 정상회담을 마친 이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150억 달러 규모의 방산 투자 외에도 추가될 협력 사업이 있어 MOU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 대규모 수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은 “3조~4조 원 규모의 카이로공항 확장에 한국 기업이 맡아 운영까지 요청했다”고 밝혔다. AI 협력에 대한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언급하며 “자칫 잘못하면 AI 분야에서 특정 몇 개 국가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투자해서 해결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이 대통령은 “제3세계와 협업을 해서 독립적 AI 시스템이나 대규모언어모델(LLM)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계획도 있다”며 “그런 방식이 한국의 시장을 넓히는 길”이라고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매우 적대적인 대결적 양상으로 바뀌었다”며 “언제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까지 왔지만 인내심을 갖고 억지력을 확보하면서 소통하고 대화하고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흡수통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충돌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 북한을 달래기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축소·연기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대해서 신중함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달라져) 미리 어떤 방향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