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의 마음처방전] 우울감 늘어가는 5060세대…‘나이 듦’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2025-04-16

“갱년기라 그런지 생리가 불규칙해졌어요.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고 얼굴이 확 달아올라요. 내가 벌써 갱년기라니 이제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거죠.”

우울감으로 진료실을 찾은 한 50대 여성의 하소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3일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에 도달했다. 향후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평균 수명의 증가는 사회적 문제를 넘어 개인의 삶에 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현재 50대와 60대에 속한 사람들은 과거 부모 세대보다 나이 든 사람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길어졌다. 50대 이후 본격적인 노쇠가 시작되는 80대까지 약 30년은 선물이면서 동시에 숙제와 같은 시간이다.

50대에 접어들면 폐경, 노안, 정년퇴직, 자녀의 결혼, 부모님의 노쇠 등 자신과 주변 사람의 변화를 통해 점점 자신이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동안 여러 가지 정서적인 변화를 겪는다. 심한 우울감과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건강하게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통해 배운다. 앞서 살아간 부모와 조부모 등 주변 어르신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을 갖게 된다. 이는 나이 듦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준다. 나이 듦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에 따라 그가 50대 이후에 그려나갈 삶의 그림은 달라질 것이다.

흔히 50대 이후의 시간을 상실과 쇠퇴의 시간이라고들 한다. 즉 인간의 삶은 출생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50대쯤 정점에 도달한 뒤 점차 쇠퇴해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거나, 50대 이후는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는 식의 생각이 우리가 나이 듦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통념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실은 5060 세대에만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발달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익숙한 것을 떠나보냄으로써 새로운 성장을 맞이한다. 30대와 40대에도 10대나 20대에도 성장은 상실을 앞세우고 찾아온다. 이것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50세 이전은 성장의 시간으로, 그 이후는 상실과 쇠퇴의 시간으로 구분을 짓곤 한다. 젊은 시절에는 성장과 함께하는 상실을 보지 못해 교만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상실과 함께하는 성장을 보지 못해 우울하다.

50대 이후의 삶을 상실과 쇠퇴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 지난 시간에 대한 그리움,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에 사로잡혀 성장이라는 보물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젊음에 집착하거나 우울감에 사로잡혀 생기와 열정을 잃고 살아갈 수도 있다. 반면에 나이 드는 과정에서 성장점을 찾는다면 오직 그 나이에만 가능한 성장의 과실을 발견해나갈 수도 있다.

현재의 50대와 60대는 부모나 조부모와는 다르게 나이 들어가고 싶어 하고 또 다르게 나이 들어가야 한다. 사회적인 통념이나 부모 세대의 삶에서 배운 나이 듦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 주체적으로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이 듦에 대한 태도의 정립이 필요하다. 나이 듦은 피할 수 없지만 나이 드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성장하는 나이 듦은 50대 이후의 시간에서 도전과 성장의 요소를 발견해간다. 이 시기의 성장은 이전 시기와는 결이 다르다. 즉 외적 조건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가꾸며 나이 듦을 배우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해가는 것이다. 관계에서 이전과는 다른 깊고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고 더 지혜로운 눈으로 인생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50대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노화란 모든 사람이 같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는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으로, 자신에게 맞는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 스스로 노년을 디자인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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