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REC실리콘 공개매수 실패…수직계열화 '빨간불'

2025-07-09

한화(000880)그룹이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제조사 REC실리콘에 대한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한화는 REC실리콘 인수를 통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하려 했으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REC실리콘은 8일(현지시간) 한화의 노르웨이 법인 앵커(Anchor AS)가 이날 마감한 공개매수에서 회사 전체 발행 주식의 42.91%(1억8049만8818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앞서 4월 앵커를 통해 약 9억2500만 크로네(약 1200억 원)를 투입, REC실리콘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앵커는 지분 인수 후 REC실리콘을 상장폐지하고, 완전 자회사로 둘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주 다수가 한화가 제시한 주당 2.20크로네의 매수가격이 기업가치에 비해 낮다고 반발했다. 앵커는 결국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분 42.91%를 모으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한화와 한화솔루션(009830)이 보유한 33.34%의 지분을 포함한 것으로 앵커는 시장에서 9.57%의 지분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한화는 2022년 REC실리콘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같은해 10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REC실리콘 이사회 부의장으로 선임돼 회사 위상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REC실리콘이 생산한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한화는 즉각 계약을 취소했고, REC실리콘은 관련 공장 문을 닫는 등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난해 회사는 623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화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REC실리콘을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370억 원)를 빌려줬다. 이번 공개매수도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섰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REC실리콘이 폴리실리콘 공장을 청산했기 때문에 한화가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태양광 사업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공장을 재건해 품질을 높이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는 REC실리콘이 운영하는 또다른 사업인 실란 가스 생산의 수익성이 더 높다. 실란 가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 쓰이는 특수 가스다.

한화가 REC실리콘 공개매수에 실패하면서 공은 다시 REC실리콘 이사회로 돌아갔다. 현재 이사회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워터스트리트캐피털이 이끄는 소액주주 연합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열린 주총에서 이들은 한화가 기존에 추천한 이사들을 해임하고 새 이사진을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 이외에 회사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사회도 한화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북미를 중심으로 태양광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북서부 달튼에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준공했고, 2023년 증설을 완료해 생산능력을 연간 5.1GW 규모로 늘렸다. 아울러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3.3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 공장을 건설 중으로 연말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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