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투스 마이크의 앞면과 옆면 사이를 벌려 좁은 틈에 납작한 도구를 밀어 넣자, 전원 버튼이 눌리며 본체에 파란 불이 켜졌다. 낡았지만 아직 작동이 가능해 보였다. 전원을 끄고 다시 분해를 시작했다. 헤라(벽지나 페인트, 껌 등을 떼어낼 때 쓰는 납작한 도구)로 앞판을 들어 올리고, 안쪽 부품을 하나씩 뜯어냈다.
마이크는 15개의 나사, SD카드, 스피커 진동판, 회로 기판, 리튬이온 배터리, 전선, 플라스틱과 철제 프레임 조각들로 완전히 해체됐다. 기자가 작은 부품들과 씨름하는 동안, 옆에서 다른 교육 참여자들은 드라이버와 전동드릴을 들고 보풀제거기·손 안마기·게임기·컴퓨터 본체를 분해하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를 찾았다. 25개 자치구의 폐전자기기의 종착지다. 서울시민들이 버린 전자기기 중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대형 전자제품은 제조사에서 수거하고, 선풍기·카메라·청소기·컴퓨터·휴대폰·노트북 같은 중소형 전자제품은 SR센터로 온다. 쓸모를 다한 것 같았던 기기들은 구리, 고철, 폐플라스틱 등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센터에서는 폐가전이 자원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분해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폐전자기기를 실은 대형트럭이 센터에 도착했다. 지게차가 철제컨테이너를 기울여 그 안에 담긴 폐기물을 야외 선별장 바닥에 쏟아냈다. 선별장 작업자들은 폐기물 더미를 뒤적이며 물건을 골라냈다. 전자레인지는 전자레인지끼리, 청소기는 청소기끼리, 프린터는 프린터끼리, 배터리가 들어있는 건 배터리가 들어있는 것끼리 모아 마대 자루에 넣었다. 바로 파쇄할 물건과 분해가 필요한 물건을 1차로 나누는 작업이다.
분해가 필요한 물건들은 내부작업장으로 보내졌다. 작업자들이 전동드라이버 등 장비를 사용해 전자기기를 한 땀 한 땀 해체했다. 해체된 전자기기들은 전자회로기판, 필름, 플라스틱, 금속류, 전선 등으로 나뉘었다. 부피가 큰 부품들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며 분쇄됐다. 선별 작업 마지막 단계에서 자력선별기와 수선별 공정을 거쳐 고철과 비철, 플라스틱 등 소재에 따라 분류됐다. 자루에 담긴 최종 결과물은 센터에서 재활용되거나, 전문 재활용업체로 보내진다.
지난해 SR센터에 입고된 폐전기·전자제품은 총 4001t이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300t, 하루에 10t가량의 전기·전자제품이 처리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중 3440t(86%)이 고철, 알루미늄, 구리 등 자원으로 재활용됐다. 나머지 557t(14%)은 고형연료(SRF)로 만들어져 열에너지로 회수됐다.

SR센터는 2009년 ‘도시광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금 광산을 1t 채굴하면 평균 4g의 금을 채취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 1t을 분해하면 약 280g의 금과 1.5㎏의 은, 각종 희토류 등 광물을 회수할 수 있다. SR센터는 지금까지 약 5만t의 폐전자기기를 자원화했다.
버려지는 가전제품의 종류와 양은 해마다 늘고 있다. SR센터를 운영하는 에코시티서울의 정유경 대리는 “최근에는 가정용 손마사지기, 다리 마사지기 같은 뷰티용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손풍기, 자동센서 쓰레기통 등 배터리가 든 소형가전들은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내년에 센터는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중대형 가전제품 50종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을 받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모든 가전에 대해 EPR이 의무화된다. 의류건조기, 의류케어기기(스타일러), 휴대용 선풍기(선풍기),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전동킥보드, 드론 등도 재활용 대상 품목이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EPR 확대를 통해 유가금속과 플라스틱의 자원화 등을 통해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환경·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교육에서 ‘수리상점 곰손’의 성연 활동가는 “SR센터에는 금속 등 자원으로 재활용될 물건이 아니라 다시 쓰여야 할 물건들도 온다”고 말했다. 센터에 오면 전부 분해되는 과정을 거쳐서 재활용이 되기 때문에, 배터리만 교체하거나 조금만 고쳐서 쓸 수 있는 물건들은 센터에 오기 전에 걸러지는 것이 좋다. 성연 활동가는 “(이 물건들이) 먼저 걸러져야 자원 순환이 완성된다”며 “물건을 고쳐서 오래오래 쓰는 ‘수리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Q. 서울에서 폐전기·전자제품, 어떻게 버릴까?
A. 구청 홈페이지 혹은 주민센터에서 대형생활폐기물로 신고한다. 일반 가구와 달리 폐전기·전자제품은 결제요금이 0원으로 처리된다. 아파트는 소형가전과 전선을 모으는 수거함이 있는 경우도 있다. 유선 이어폰, 멀티탭 등도 같은 방법으로 버리면 된다.




![[ET시론]KT 소액결제 사건 혹은 국가 기간망 도청 사건?](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30/news-p.v1.20251130.d47901a6b3aa45a0a31271170b5a3485_P1.png)



